정순균 강남구청장이 27일 강남구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역지침을 어기고 제주 곳곳을 여행한 후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 모녀(강남 21·26번 확진자)에 대한 두둔 발언을 해 도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27일 구청 기자회견서 "이들 모녀도 선의의 피해자"
도민 사회 분노…청와대 청원에 파면 요구 글도 게시
29일 입장문 내고 "진의와 달리 논란 진심으로 사과"

정순균 강남구청장이 방역지침을 어기고 제주 곳곳을 누빈 후 서울로 돌아가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 모녀(강남 21·26번)에 대한 두둔 발언을 해 도민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정 구청장은 27일 강남구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주도의 고충이라든지, 도민께서 입은 피해에 대해선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이들 모녀도 코로나19 발생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라며 "제주도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방침이 알려지면서 치료에 전념해야 할 모녀가 사실상 정신적 패닉상태에 빠져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학생 딸은 여행 출발 당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지정된 자가격리 대상자도 아니었다"며 "역학조사 결과 유학생 딸에게 코로나19의 특유증상인 미각과 후각에 이상증세가 나타난 것은 여행 마지막 날인 24일부터이며, 이 때문에 서울 상경 직후 검사를 받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자 도민사회의 비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제주도 홈페이지 '제주자치도에 바란다'에는 미국 유학생 모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글이 쇄도했다. 

한 작성자는 "서울 강남구청이 제주를 초토화낸 강남모녀 피해자화 작업에 착수한 모양"이라며 "도민들은 강남 모녀의 경솔하고 오만하고 이기적인 선택 탓에 초토화돼버린 제주를 걱정하고 구청장의 구질구질한 변명에 분노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을 강남구민이라고 소개한 또 다른 작성자는 "강남구민으로서 서울시, 경기, 그리고 구청으로부터 여행 자제하기, 해외입국자 자가격리를 권고하는 문자를 매일 수시로 받아왔는데도 이를 몰랐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라며 "이기적인 미국 유학생과 그 모친으로 인해 제주도에 피해가 발생한 것도 어이없는 일인데 강남구청장의 옹호 발언으로 강남구민으로서도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자가격리 지침을 어긴 미국 유학생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에는 29일 오후 4시 현재 17만300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을 옹호한 정순균 구청장 파면을 요구하는 청원에는 5만명이 동의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정 구청장은 29일 입장문을 내고 "최근 제주도 방문 모녀 확진자와 관련한 저의 발언이 진의와 전혀 다르게 논란이 됐다"며 "코로나19 확산방지에 함께하고, 고생하고 계시는 제주도민을 비롯한 국민과 강남구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보내주신 여러분의 말씀과 지적을 코로나19 확산방지에 더 철저히 임하라는 채찍으로 알고, 심기일전해서 강남구민들의 건강안전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강남구청장으로서 이러한 고통과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해외입국자 유입이 가장 많은 강남구에서의 코로나19 확산방지와 예방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도는 14일간 방역지침을 어기고 미국에서 입국한 뒤 증상이 있었음에도 제주도를 여행하고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 모녀에게 1억원 이상의 민사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26일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7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55차 코로나19 합동 브리핑에서 "현재 (미국 유학생 모녀의) 과실은 당연히 있고 '설마' '괜찮겠다' 등 미필적 고의는 무조건 성립한다고 보고 있다"며 "민법상 성립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검토를 마쳤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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