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화 제주특별자치도사회복지협의회장

봄, 창가에 등을 대고 서면 따스한 기운이 감돈다. 햇살, 맑은 하늘에서 내비치는 밝고 고운 빛이 베란다 안 깊숙한 곳까지 들어온다. 바람, 포근한 봄바람이 밖으로 나오라고 간들간들 유혹한다. 이제 얼마 없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유채꽃이 들판을 노랗게 수놓을 것이다. 산에는 진달래, 철쭉이 피어나고 나무들은 새싹을 틔워 연초록의 고운 옷을 입겠지.

중국에서 한참 시끄럽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퍼져나감에 따라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겨울의 끝자락부터 우리를 옭아매기 시작하였다. 방송매체는 앞다투어 확진자 수와 전파속도를 방송하기에 바빠졌고, 화면에서는 방호복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 선별진료소의 모습을 내보내었다. 차츰 외국에서는 한국발 여행객들을 통제하고, 전국이 온통 역병에 찌들어 죽어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난국이다.

건강을 위협하는 불안에 봄소식은 온데간데없고, 자율격리, 자가격리니 하며 사람들의 동선을 통제하는 소식이 전해지고, 여행은 물론 잠깐 사람 만나는 일마저 망설이게 되었다. 이처럼 만나야 할 사람, 가보아야 할 곳이 통제되어 행동을 제약받고 있으며, 필요에 의한 사람을 만나서도 경계를 하며 마스크부터 챙기기에 급급하다. 마스크 구매를 위해 줄을 섰다가 다툼이 벌어졌다는 소식도 있었다. 새삼 자유스러운 일상이 살아가는 데 큰 힘이었고, 기적이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기적은 요란스럽게 오지 않는다. 그것이 기적이라고 느끼지도 못할 정도로 오기도 한다. 지나고 보면 '그것이 기적이었구나'하고 알게 된다. 그 기적을 찾기 위해 기도와 기원이 생기고 간절한 바램과 희망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는 평범한 일상이 기적이 되도록 하루빨리 이 어려운 난국이 풀렸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 난국 속에는 어떤 기생충보다 무섭고 소름 끼치는 '대충'이라는 벌레가 있지 않을까 한다.

손씻기도 대충, 사회적 거리유지도 대충, 생각도 대충, 대인관계도 대충, 정부 통제도 대충 받아들이고, 단체모임 자제도 대충 흘려듣고, 남들을 위한 배려도 대충, 자기 기분 통제도 대충,,,...
마스크를 써본 뒤에야 맑은 공기의 신선함을 느꼈고,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살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되었으며 더러는 혼자만의 시간을 통한 자기성찰과 침묵이 필요함을 배웠다. 이제, 이 세상과 이 세상 밖의 모든, 내가 이미 알고 있거나 알 수 없는 신들에게 빌어본다.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 헌신하시는 의료진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고, 질병의 확산방지를 위하여 온갖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관계 당국에도 밝은 지혜를 내려주시어 현명한 판단을 하여 이 사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또한, 질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곤경에 빠진 이들이 다시 건강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치유와 도움의 은총을 베풀어 주십시오. 

'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보다, '우리는 선택 받은 사람'이라는 경솔한 생각과 경망한 행동보다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며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함께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지구촌이 되도록 도와주십시오.

자연을 창조하신 분께 기원하오니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대지와 산하에서 찬 기운을 녹이고 피어나는 들풀들이 씩씩하게 자라나도록 힘을 주시고, 그 속에서 자연을 느끼며 함께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에게도 희망과 용기를 주시어 오늘을 열심히 살아내고 미래에 대한 꿈을 꾸게 해 주십시오.

하루에 감염증을 진단하고 검사하여 결과를 낼 수 있는 저력도 대단하고, 통제사항에 아직도 고집 피우며 집회를 여는 종교단체도 있으나 공공에게 피해줌을 막기 위해 국민의 자격으로 스스로 자제할 줄 알며, 어렵게나마 새학년 개학도 연기하여 이 난국을 이겨내려고 모두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차를 타고 검사받는 방법도 찾아내어 전 세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는 우리나라의 저력을 칭찬하기도 한다. 좌충우돌을 일으켰던 말이나 의견들도 많았으나 차츰 난세를 극복하기 위한 좀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해가며 진단과 격리를 실천하고 있어 차츰 확진자 수는 줄어들고, 회복한 사람들은 많아지고 있다. 

희망이 보인다.

오랫동안 빼앗겼던 들에도 봄은 돌아왔고, 황량한 겨울을 견뎌낸 언 땅속에서도 봄은 자연스럽게 우리 곁에 찾아온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그리고 모든 국민이 하나 되어 지킬 것 잘 지키고, 서로 어려운 이웃을 보듬기 위한 충고나 통제에 배려의 정신으로 참여하며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며 살아가자. 

건배사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가 남이가?!' 

결코, 단연코 남이 아니다. 우리는 오천년 역사의 대한민국에 함께 사는 사람들이다. 어떠한 극복도 다 이겨냈던 우리의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해보자. 힘내자! 이제 조심스럽게 우리 곁으로 한 걸음씩 다가오는 봄을 반갑게 맞이하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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