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덕순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1960년대 중단되었던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1991년의 지방의회 구성, 1995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 대한 통합선거를 통해 부활되었다. 지난 30년의 지방자치는 획일적인 제도 운영, 난개발,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비리와 부패, 선거에 따른 패거리 문화 등의 폐해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정치와 행정에서 더 많은 성과를 만들어 내면서 현재도 진화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역주민이 통치의 대상에서 실질적인 주인으로서 제자리를 찾았으며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행정체제도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되었고 행정의 수준과 투명성도 높아졌다. 이제 지방자치단체가 유무형의 지역자원을 활용하여 주체적으로 지역발전전략을 수립ㆍ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주지역 역시 지방자치 부활로 변방의 섬에서 개방과 교류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게 되었다. 2002년의 국제자유도시 계획의 추진,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의 출범은 제주지방자치의 전환점이 되었다. 특히 특별자치도는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우리나라의 지방분권을 선도하고 제주지역 입장에서는 국제자유도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자치행정체제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물론 국방, 외교, 통상 등 국가의 본래적 기능을 제외한 모든 권한을 가진 홍콩특별행정구 내지 미국의 주정부 수준으로까지 발전하지는 못했지만 많은 권한과 사무가 이양되어 자립적인 발전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특별자치도 출범으로 인해 아직까지도 도민간 논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 기초자치단체 폐지와 제주시와 서귀포시 2개의 행정시로의 구역 개편이다. 기존 제주시, 서귀포시, 북제주군, 남제주군 등 기초자치단체의 폐지는 풀뿌리민주주의의 훼손, 생활자치의 미실현 등의 멍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등 매 선거 때마다 후보들은 이의 해결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2017년에 '행정체제개편위원회'를 구성하여 행정시장 직선제와 제주시·서귀포시·동제주시·서제주시 등 행정시를 4개 구역으로 나누는 구역조정안을 도출했다. 이중 행정시장 직선제는 지난해 9월에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특별자치도지원위원회'가 불수용 결정을 내리면서 무산되었다. 반대 이유는 제주특별자치도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 측면이 있고 도지사와 행정시장간 마찰이나 갈등이 있을 경우 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특별자치도의 기본 철학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별자치도의 기본 철학은 제주여건과 특성에 맞는 제주만의 지방자치 모습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주적 결정권이다. 기존에 중앙정부는 '특별자치도 추진과 계층구조 개편은 별개이다'라는 애기도 특별자치도 추진시 했다. 즉, 기초자치단체 폐지를 수반한 계층구조 축소가 특별자치도 추진의 전제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행정시의 기관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제주도민들이 결정되어야 한다. 이는 현재 국회에 제출된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안에 포함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 구성에 대한 자율권 규정'과도 부합된다. 행정기관으로서의 시가 도와 갈등하는 것은 문제지만 기초자치단체인 시가 도와 갈등하는 것은 합리적인 긴장이요 견제와 균형의 실현이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출마하는 국회의원 후보들이 행정시에 대한 공약을 보면, 제주시갑 지역구 후보들은 기초자치단체 부활로, 제주시을과 서귀포시 지역구 후보들은 기초자치단체 부활과 행정시장 직선제로 나뉘어져 있다.

구체적 방안은 다르지만 행정시의 지위를 변경해야 하고 생활자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제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마지막으로 행정시장 개편에 대한 논의가 종결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에 당선되는 국회의원들은 임기 내에 행정시에 대한 개편을 분명히 법적으로 이루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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