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특유의 노동 관행이 있다. 바로 수눌음이다. 생산 공동체에서 행하는 관습으로 육지부의 품앗이와 비슷하다.

제주는 돌이 많고 물이 지표 속으로 쉽게 스며드는 화산섬이다. 이 때문에 논농사 중심의 집약적인 농업 양식은 적합하지 않았다. 주로 밭농사에 의존하며 살았고,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농업에 종사하며 많은 일을 도맡아 처리했다. 힘을 필요로 하는 밭갈이를 제외하면 남성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 많았다. 여성들이 혼자서도 농사를 지으며 생활할 수 있었던 것도 수눌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에 힘든 일이 있으면 일시에 집단을 형성,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일을 도왔다. 혼자서 일을 하는 것보다 시간과 노동력을 줄일 수 있었다. 지금도 수눌음은 밭농사나 감귤 수확철에 행해지고 있다.

수눌음 정신은 최근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이 막히자 영농철 인력지원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4∼6월 도내 농업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제주 수눌음 정신 운동 전개, 양파·마늘 영농작업반 운영, 기관·단체 및 공무원 대상 자원봉사자 모집 등을 진행키로 했다.

또 농협 임직원 마늘수확 참여의 날을 지정해 현장 지원하는 등 제주농업 인력지원센터 상황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성금과 구호물품 기탁, 자원봉사 등도 이어지고 있다.

도내 읍·면·동 자생단체들이 경로당과 마을회관, 버스정류장 등에 대한 방역봉사에 나서고 있고, 기업들은 임대료 인하와 성금 기탁에 동참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부모가 손소독제 100개를 직접 만들어 전달하는가 하면 마스크를 직접 만들어 읍·면·동에 기탁하는 업체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제주시 외도동에 거주하는 한 기초생활수급자는 평소 잔돈을 모아 마련한 80만원을 기탁했고, 가로미화원 6명도 3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기부했다고 한다.

조천읍에서 상회를 운영하는 주민과 외도초등학교 학생이 오랫동안 모은 동전을 기부한 사례도 전해지는 등 많은 도민들이 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있다.

제주 수눌음 정신이 코로나19를 넘어 지역갈등 해결과 공동체 회복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김경필 취재2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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