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미 취재1팀장·부국장

마스크를 구하느라 동분서주하던 상황이 조심스럽게 정리됐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시계 알람을 대신할 만큼 쏟아지는 '코로나19'알림 문자에 더 이상 놀라지 않게 됐다. 기본 수칙은 외울 정도가 됐고,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다. 익숙해지는 것을 넘어 슬슬 피로감에 대한 얘기가 나올 정도다.

정책 홍수에도 여전한 사각

정부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언급하고 생활 방역의 중요성을 강조한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집회나 종교행사 자제에 이어 실내 체육시설과 유흥시설 운영을 가급적 중단하고 가능하면 집에 머무를 것을 당부할 정도로 수위도 높아졌다. 반대로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대로 계속되면 원상 복귀가 힘들다는 우려도 나온다. 뒤를 이어 이러다 다시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경고가 따라붙는다. 그래도 신종플루나 메르스 사태 때 그랬던 것처럼, 전세계가 우리나라의 사례를 인용하는 것처럼 생활 수칙만 제대로 지키고 유지하면 나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앞선다.

여전히 '사각'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란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코로나19 불안으로 미루고 미뤘던 개학을 준비하면서 다시 마스크를 쓰고 벗는 기준이며 줄을 설 때 최소한 유지해야 할 간격이나 밥을 먹을 때 한 방향으로 앉을 것인지 대각선 배치도 가능한지 하는 예전에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고민과 대책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은 경기를 살리기 위한 방법도 쏟아졌다. 경영안정자금이나 고용유지지원금 같은 것이 나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특별'이 얹어진 대책이 나왔다. '직접'까지 등장했다. 너나없이 힘든 상황이라 수요가 몰리면서 전문인력 부족 문제가 불거졌고, 지원 우선 순위에 대한 민원도 속출했다. 

'긴급재난지원금'카드까지 나왔지만 어려운 사정을 다 끌어 안을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우여곡절 끝에 '소득 하위 70%' '지자체 중복 허용' 등을 정했다. 기초 자치단체까지 지역 살리기에 지역상품권과 화폐를 포함한 현금 지원 결정을 내렸고, 제주도도 '제주형'을 내건 구상을 내놨다.

재난기본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로 재난기금을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에 지원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그래도 계속해 빈틈이 생기고, 어쩐 일인지 멀쩡한 현장이 사각이 되는 이해하지 못할 상황도 속출하고 있다. '더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물론이고 상대적 소외로 인한 불만도 물 먹은 스펀지처럼 묵직해지고 있다.

제주 도민들이 느끼는 현재 체감경기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 어렵고 어렵지 않은 곳을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전국이 다 그런 상황이다. 확진 환자가 많이 발생한 곳은 사회적 격리 등에, 제주 같은 경기에 민감한 지역은 이동 제한과 감염병 확산 불안에 따른 소비 위축이 결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생산과 소비가 맞물리고 돈이 돌아야 제대로 움직이는 경제 구조를 이만큼 생생하게 배운 적이 없을 만큼 제주 안에서도 '누가 더' '누가 덜'이라는 기준이 무색해졌다. 골목상권을 살리고 관광 경기를 회복하기 위한 전력투구가 유독 눈에 띄면서 연관업종의 불만이 상당하다. 다른 지자체의 움직임에 비해 더딘 상황만 눈에 들어와 화가 나고, 지원 기준에 적힌 글자 하나에 더없이 민감해졌다.

봄날은 간다

이 정도면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불편해진 마음으로 살기 힘들어질 것이란 말에 수긍이 간다.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표현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적어도 해석을 확장하자는 제안을 해본다. 마스크 사태가 그랬던 것처럼 대체하거나 양보하거나 기본만 지키면 풀린다. 재원은 한정적이고, 다시 채워야 하는 책임도 있다. 대부분 지원이 '1년'이라는 기한을 두고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내년 이맘 때 '상환 유예'를 놓고 다시 목소리를 높여야 할지 모른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톱니바퀴가 제대로 맞물려야 태엽이 돌아가듯 현상과 상태에서 조금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차마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 봄날이 간다. 퍽퍽해진 일상에 잊었는지 모르지만 '꽃이 피면 같이 웃고/꽃이 지면 같이 울던'사연은 애틋한 사랑 얘기에 한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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