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도시공원·어린이놀이터 등 846곳 지정
길바닥서 술판 벌이며 고성방가·쓰레기 투기

도내 음주청정지역에서 벌어지는 술판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과 상춘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시민이 누리고 점유해야 하는 공간이 취객의 고성방가와 음주행위, 각종 쓰레기로 얼룩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음주청정지역은 모두 846곳으로 노숙인 등의 음주·소란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도시공원과 어린이놀이터 등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음주청정구역에서 음주로 소음 또는 악취가 나게 하는 등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주는 행위를 할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음주청정지역' 지정으로 술판이 사라질 거라는 인근 주민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29일 오후 3시쯤 제주시 신산공원 공원 입구에는 '이곳은 음주청정지역입니다'라는 팻말이 서 있었지만 이런 글귀가 무색하게 술판을 벌이고 있는 무리가 눈에 띄었다.

이들은 삼삼오오 길바닥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고성방가를 지르며 지나는 시민들을 위협했다.

바닥에는 막걸리와 맥주캔이 중구난방 널브러져 있고 근처 풀숲에서도 수 개월가량 방치된 술병 수십 개가 발견됐다.

술에 취해 인도에 누워 잠자는 노숙자를 피해 도로 걷는 시민도 목격됐지만, 단속원들은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윤모씨(32·용담동)는 "이런 광경을 접한 지는 몇년 됐는데 노숙자들이 칼호텔 주변에서 음주행위를 벌이거나 이제는 이 근처에서 이러고 있는 것"이라며 "음주청정지역으로 지정했으면 관리·감독과 이들이 왜 이렇게 갈 곳 없이 음주행위를 벌이는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어 "대낮부터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는 취객들이 보기 좋지 않은 것도 있지만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지나는 시민들과 이들의 위생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노숙인들은 보호시설에서는 금주와 함께 기상·취침 등 규칙적인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입소를 거부한다"며 "보호시설에서는 금주에 따른 알코올중독치료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강제적인 입소와 치료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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