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선거관리위원회 홍보계장 정 홍 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께서는 자신의 핸드폰과 옆에 있는 동료나 지인의 핸드폰에서 같은 웹사이트를 열어 한번 비교해 보시라. 어쩌면 같은 웹사이트일지라도 조금씩은 서로 다른 내용이 보일지도 모른다.

이른 바 '필터버블'이라는 현상으로 미국의 인터넷 활동가 엘리 프레이저가 '생각 조종자들'이라는 책에 밝힌 개념이다. 페이스북과 같은 인터넷 정보제공자가 이용자 성향에 맞춰 필터링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이용자는 이미 걸러진 정보만을 접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 선별적으로 걸러진 정보만을 접한 결과 이용자는 자신의 관점에 동의하지 않는 정보로부터 분리되면서 자신만의 정보 거품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필터버블은 한정된 정보만을 제공하므로 다른 성향을 가진 이들의 글이나 새로운 정보, 뉴스 등을 접할 기회를 아예 빼앗기 때문에 이용자의 지식과 가치관 확대를 방해할 수 있다. 가짜뉴스가 확산되는 원인도 여기에 있다. 필터버블로 인해 잘못된 사실도 진실처럼 보일 수 있게 되고 사실 여부보다 자신의 호불호가 뉴스를 보고 믿는 기준이 되는 셈이다. 

어떻게 하면 필터버블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경향신문에 따르면 미국 몬태나대학 연구진은 붉은가슴동고비와 같은 새들은 다른 새들로부터 포식자가 나타났다는 정보를 듣더라도 사실 여부를 스스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근처에 있는 동료들에게 전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다. 비록 위험도가 높은 정보라도 함부로 확산시키지 않는 방식의 신중한 태도 덕분에 이 새들이 현재까지 야생에서 생존할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가짜뉴스'에 속지 않으면서도 동료들에게 위험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생존방식인 것이다. 작은 새들의 생존전략에서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간단하지만 명약관화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제21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선정적 정보와 가짜뉴스가 넘쳐난다. 그럼에도 그 선택을 통해 '생존전략'을 짜야 하는 우리들에게 붉은가슴동고비의 지혜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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