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모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융합디자인학과 교수·논설위원

제주 관광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제주어다. 제주사투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제주어'라고 일러주곤 한다. 사람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그 속에 녹아있는 정신까지 담아내는 생생한 토박이 언어, 제주어 이기에 그 가치는 더욱 크다. 그러나 제주어에 대하여 긍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공동체의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있어 제주어가 중요하다는 점에 대해, 모든 연령대가 공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도민들의 나이가 젊을수록 그들보다 나이가 많은 도민들에 비해 제주어를 이해하는 능력이 낮은 것으로 조사 된 바 있어 안타깝다.

관광도시로써의 면모를 갖추는 과정에서 표준어 사용이 늘면서 위기를 맞은 제주어는 한글 창제 당시의 고유한 형태가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고어(古語)의 보물창고다. 지난해 제주도는 제주어의 체계적인 보전과 육성을 위해 제3차 제주어 발전 기본계획을 마련하기도 하였고, 제주어 보전과 부흥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 다양한 나라의 언어학자들이 제주를 찾기도 했다. 제주어가 사라지면 우리는 무엇을 잃어버리는 것인지 잘 알고 있기에 필자 또한 디자인 관점에서 의견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주어의 번영을 꾀하기 위한 해법으로 '제주어 공원'을 조성했으면 한다. 이왕이면 도심공원이 부족한 제주이기에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나 원도심 살리기의 일환으로 원도심에 만들어 지는 것도 고민해 볼 만하다.

제주어를 소재로  벤치, 조형물, 가로등, 관련 사운드, 문양 등으로 공원을 꾸미는 것이다. 독특한 외관의 제주어 박물관, 속담·민요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결과물 등도 선보일 수 있다. 물론 하나하나를 디자인적으로 접근하여 재미있고 유익하게 만들어 휴대폰(SNS)을 든 손이 바빠지게 해야 한다. 전체 설계과정에서는 '개발을 위한 개발'이 아닌 인간생활의 쾌적함을 고려한 도시환경으로 만들어가되 자연친화적으로 조성한다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공간이지만 '자연을 훼손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고, 녹지 공간을 늘리자는 취지에 제주어를 가미하자는 것이다. 예전만큼 들을 수 없는 제주어, 우리 일상에서 멀어져가는 제주어를 열린 감성에서 수시로 접할 수 있게 된다는것 자체가 중요하다.

최근 제주도는 미세먼지를 줄이고 도심 열섬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도심 내 자투리땅을 찾아 나무 심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한지나 사유지 구분 없이 주변 도로나 주차장, 마을 어귀, 개인 소유 집주변 공터 등 유휴부지가 대상이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일정 공간을 도시인의 건강과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여가활동의 공간을 만들어 보았으면 하는 것으로 앞서 언급 한 부분과 맥락은 같다. '제주어'라는 테마로 구성된 '제주어 공원'은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처 공간에서 제주어를 즐길 수 있도록 하여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도시인들 뿐만아니라 제주를 찾는 이들에게 호기심을 줄 수도 있다. 

도시와 환경의 사례는 최근 타 도시의 사례에서도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인천시는 2030년까지 원도심 유수지 6곳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234억원을 들여 시민휴식 공간이자 멸종위기종인 저어새가 서식하는 친환경 친수공간으로 거듭나려 하고, 경주시는 2023년까지 정부예산 150억원을 포함해 250억원을 들여 경주역 인근 구도심 재생 사업을 실시하여 걷고 싶은 거리를 조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저마다 맞춤형 콘텐츠로 도시경쟁력을 높이고 도심을 부흥시키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려 분주하다.

제주 또한 가장 소중하면서 경쟁력 있는 자원인 제주어를 어떻게 보전하고 육성할 것인지 고민을 거듭해 왔다. 제주어를 활용하여 제주어를 주인공으로 하는 좋은 공간(도심 공원)을 마련하여 제주어의 매력과 가치를 재조명하고 보존·대중화 하는데 기여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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