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영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소장·논설위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흐드러진 벚꽃에 제대로 취해보지도 못하고 보내버리는 봄이 이렇게나 아쉬웠던 적이 있었을까. 마스크의 답답함은 그동안에 누렸던 평범한 하루하루에 감사함마저 갖게 한다. 장기화된 코로나19는 사회적 거리두기, 재택근무, 경기침체 등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을 잠식했다. 이로 인해 심리적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Corona Blue)로 일컬어지는 이 말은 코로나19 감염증과 우울증을 말하는 blue와의 합성어로 코로나19 감염증의 사회적 확산으로 사회생활에 위축과 병에 대한 두려움 등에서 오는 우울증을 말한다.

코로나19는 일상생활 뿐 아니라 그동안 노동개혁 과제에 항상 손꼽히던 재택근무나, 유연근무제 확산과 같은 노동의 형태도 바꾸어 놓았다. 반면에 기약할 수 없는 휴업이나 무급휴직, 실업 등으로 삶의 현장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감염병으로 인해 고용상태가 가장 취약한 계층은 저임금 노동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평균 소득 2만 달러 이상 3만 달러 미만의 웨이터와 계산원 등 불특정 다수를 상대하는 저임금 서비스 직종 노동자들이 고임금 노동자에 비해 감염병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감염병으로 인한 실직 등 대량 해고 위험이 높은 집단이기도 하다.

지난달 월급이 평소의 50%에 불과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먹고살 수 있을지 심각한 상황에 빠진 한 가장은 퇴사를 고민중이다. 또 다른 가장은 24년간 일한 호텔이 무기한 휴업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퇴사를 해야 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두 경우 모두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그 충격이나 스트레스는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고용유지지원금 상향 조치와 함께 고용위기에 취약한 저임금 노동자들의 실직에 대응한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확대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 시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노동자 스스로의 신중한 행동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내리는 의사결정은 결코 좋은 결정일 수 없다. 급작스런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 내 판단이 맞는지, 혹시 내가 빠뜨린 건 없는지 상의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의논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심리적 고통이 크다면 정신건강센터나 심리상담 전화 등을 적극 활용하고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해야 한다. 

고용과 관련된 문제는 취업지원기관을 찾아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아무런 계획없이 사직서를 내거나, 또는 준비되지 않은 창업을 하는 것, 무엇보다 그 어떤 것도 시도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것은 나쁜 의사결정의 예다. 

휴직중이거나, 실업인 상황이라면 시간관리에 신경 써 볼 것을 권한다. 지금 시기는 기업들의 채용도 감소하기 때문에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의 기간으로 생각하면서 교육 및 훈련 등 역량개발을 하거나 그동안 시간에 쫓겨 하지 못했던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는 등 내일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활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 이 기간 '국민내일배움카드제'를 활용하거나, 무료 온라인 교육과정들을 통해 적극적으로 직업능력을 개발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현 상황에 맞추어 제주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에서는 비대면방식인 온라인을 통한 생애경력설계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집합교육 참여가 어려운 중장년을 위한 온라인 교육과정으로 인생3모작을 준비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자신의 경력대안에 따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트랜드 코리아 2020'에서는 '성공'보다는 '성장'을 꿈꾸며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인간을 '업글인간'이라 칭하며, 주목받는 새로운 트랜드로 제시하고 있다. 자신의 직무와 관련된 역량을 넘어 건강, 취미, 지식, 관계 등 나와 관련된 총체적성장 모두를 일컫는다. 수많은 학자들이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이전과는 다르게 재편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개인의 삶도 다르지 않다. 정형화된 생애단계가 해체되어 집단성 보다는 개인중심으로 재편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업그레이드와 새로운 미래설계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코로나19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지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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