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태 탐라장애인종합복지관장
T.S. 엘리엇은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 했다. 적어도 상당수의 장애인에게 2020년 봄은 그랬다.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든 것이 멈추어 버린 듯 절기상의 봄과 생활상의 봄, 마음의 봄이 따로 놀았다. 달리 춘래불사춘이 아니다.
다가오는 20일은 제40회 장애인의 날이다. 유엔이 1981년을 '세계 장애인의 해'로 선언하고 세계 각국에 기념사업을 추진하도록 권장했다. 우리나라도 이 선언의 취지에 따라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높이고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장애인의 날을 만들었다. 그날부터 1주간을 장애인 주간으로 정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통하여 사회통합을 구현하겠다는 기본이념을 바탕으로 심신장애자복지법이 제정됐다.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존중받고,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도록 했으며, 이후 개정을 통하여 장애인 관련 정책결정과정에 우선적으로 참여 할 권리를 가진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40년이 흐른 지금은 장애인연금법, 장애인건강권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발달장애인법 외 주거, 편의증진, 활동지원,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분야 등에 걸쳐 16개 법률이 장애인의 인권옹호, 일상활동지원, 자립생활건강증진을 다지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비롯한 여러 법과 제도가 있음에도 사회가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미온적이다. 최근 통계청 사회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교육, 고용 등 생활전반에서 장애인을 얼마나 차별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4.3%가 "조금 차별하거나 많이 차별한다"고 했다. 나머지는"전혀 차별하지 않거나 별로 차별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정부가 장애인들에게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할 복지사업의 하나로 "장애인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사회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다섯 번째로 나타났다.
그간 정부는 여러 법령을 제정하고, 언론 사회단체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홍보 및 장애체험 행사를 숱하게 했다. 그럼에도 장애인에 대한 유무형의 차별이 끊어지지 않고, 장애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2019년말 기준 도내 등록장애인은 3만 6200명이다. 전체 도민의 5.4%이다. 전국 장애인 비율과 비교하면 약간 많은 편이다. 그 중 장애정도가 심한 사람은 10명중 4명이다. 65세 이상 고령장애인은 등록장애인의 46.7%로 추정된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10% 정도 높아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의 현실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인이 생애주기별로 이용할 수 있는 도내 복지시설은 90개소에 이른다. 거주시설을 비롯한 공동생활가정과 장애인복지관을 비롯한 직업재활시설 등이다. 여기서 상담을 비롯한 재활치료, 평생교육, 재가복지분야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나날이 증가하는 고령장애인 및 1인가구, 중증장애인의 다양한 문제와 욕구를 풀어 나가는데 장애인과 보호자, 복지시설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웃과 동네와 지역이 함께 나서면 한결 수월해진다.
장애인은 사회의 한 구성원이다. 태어나고 자라거나 생활터전인 곳에서 이웃, 친지들과 어우러진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 조성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가까운 곳에서 의료 및 재활지원서비스를 받고, 소득보장 및 사회서비스 지원을 받도록 조력해 주며, 문화·여가·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장애인 스스로 삶의 주체가 되어 선택하고, 결정하는 체계가 되도록 해야 한다. 어떤 장소나 시설로 이동하거나 접근할 때에는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arrier free)을 구축되어야 하며, 도시계획 단계에서 반영이 되어야 한다.
장애인이 접근하기 쉽고 살기 편하면 어르신, 임산부,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가 살기 편하다. 장애인이 지역에서 주민들과 함께 부대끼며 평범하게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사회, 장애인복지 이념이 추구하는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