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기상청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로 인해 전 세계가 어려움에 빠져 있지만, 이전부터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의 상승, 습도와 강수량의 변화 등으로 자연환경과 먹이 사슬의 생태가 바뀌면서 새로운 질병이나 바이러스의 출몰 등의 위험 사례들이 많았다. 2016년 러시아 서시베리아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동토층이 해동되면서, 3만 년 이상 잠들어있던 탄저균 바이러스가 증식하였고 이로 인해 순록 2,300여 마리가 떼죽음을 당했다. 또한, 기온 상승으로 모기들의 활동 범위가 넓어져 뎅기열 등의 전염병이 증가했으며, 작년 중미 온두라스에서는 전년 대비 뎅기열 환자가 13배나 폭증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이다. 대기 중 온실가스가 지구 밖으로 나가려는 열에너지들을 가두면서 지구의 기온을 상승시킨다. 이로 인한 기후변화는 앞서 말한 새로운 질병이나 바이러스 출몰, 해수면 상승, 태풍, 홍수, 집중호우, 폭염 등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현상을 야기시킨다. 

점점 상승하는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폭을 낮추기 위해 국제적 기후변화협약인 파리협정(2015년)에서는 '산업화 이전 대비 2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을 추구'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하루의 일교차만 해도 10도가 넘기도 하며, 계절별로는 겨울엔 영하로 떨어지고 여름엔 30도 이상 오르는 등 기온은 매우 탄력적으로 변하는데 대체 1~2도 정도의 기온 상승이 왜 이렇게 큰 문제가 되는 것일까.

지구 평균기온 상승의 첫 번째 문제점은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정상상태의 변화라는 점이다. 평균기온이 상승한다는 것은 기온의 정규분포가 점차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새로운 정상상태(New Normal)가 과거보다 뜨거워짐을 뜻한다. 이로 인한 변화는 생태계 등 전반적인 지구환경의 변화를 초래하며 동식물들의 주 서식지 등의 변화를 가져온다. 이러한 변화과정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적응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으며 적응능력이 뒤처지는 일부 종들은 멸종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두 번째로는 극한기후가 점차 증가한다는 점이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점차 증가하게 되면 평균적인 기후상태의 변화와 더불어 극한기상 현상의 발생 가능성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이전에는 극히 드물게 발생하던 이례적인 폭우, 폭염 등의 발생빈도가 현저히 늘어나며, 이러한 일들이 더 이상 이례적인 일이 아닌 일상이 될 수도 있다. 다양한 기상재해가 잦아지고 강력해진다면 피해를 복구할만한 충분한 시간이 없을 것이고, 결국 인간의 생존은 거대한 자연 앞에 무릎을 꿇고 말 것이다.

세 번째는 해양상황의 변화이다. 지구의 약 70퍼센트는 바다로 이루어져 있다. 일반적으로 해양은 대기에 비해 서서히 변하는 특징을 보이지만 지구 대기의 평균기온이 높아지면 해양의 수온도 결국 서서히 높아지게 될 것이다. 수온이 높아지면 북극의 빙하가 서서히 녹아 북극곰의 서식지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열팽창으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하여 육지 저지대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또한, 해양이 머금는 에너지의 양이 증가하게 되면 태풍의 강도가 증가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다양한 문제를 야기시키며, 인간이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양상들을 만들어낸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전 세계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최선의 노력을 쏟더라도 기후변화를 당장 멈추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기후변화 자체를 저지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적응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우선 기후변화를 예측·분석해야 하며, 다양한 상황들을 시나리오별로 구축해 대비해야 한다. 

이에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기상청에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다양한 기후변화 시나리오 자료를 생산하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IPCC의 최신 보고서에서 사용되는 국제표준을 따라 새로운 기후변화 시나리오자료를 생산하고 분석한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전 지구에 대한 기후변화 전망보고서는 기상청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한반도 및 지역별 상세분석보고서도 곧 발간될 예정이다. 이미 시작된 기후변화를 막을 수 없다고 발만 동동 구르기보다는 앞으로 변화할 미래를 미리 준비하고 대비한다면 그 피해는 충분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 첫 시작은 기상청의 과학적 근거로부터 시작하며, 짙은 안개 한가운데 놓인 우리에게 희망의 불빛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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