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범 행정학 박사·제주공공문제연구소장·논설위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에서만 163석을 차지하면서 국회 과반을 확보하는데 성공했고 더불어시민당을 포함하면 180석에 이른다. 미래통합당은 지역구 84석에 미래한국당을 포함해도 103석에 그쳤다.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으로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은 유권자들에게 정권 심판론이나, 집권여당 견제론 보다 국정안정론이 먹혀 들었음을 반증하는 결과다.    

그럼에도 미래통합당 참패라는 총선 결과는 충격적이다. 민주화 이후인 1988년 치러진 13대 총선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총선결과는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야당이 잘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화학적 통합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물리적 결합에 그친 보수통합의 폭발성도 약했다. 합리적 개혁보수의 새로운 비전 제시나 명확한 정책 노선을 제시 못한 탓이 크다. 뼈아프지 않을 수 없다. 

미래통합당의 공천 물갈이는 국민의 마음을 잡는데 실패했다. 사전투표 직전에 터져 나온 막말파동 역시 코로나 이슈로 표심을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처하는 미래통합당 지도부의 수습도 석연치 않았다. 시대 변화에 따른 근본적인 보수의 자기혁신 없이 선거전에 뛰어든 탓에 국민들의 신뢰와 감동을 이끌어 내는데 역부족했던 측면이 커 보인다. 

제주 역시 도민들은 3개 선거구 모두 더불어민주당의 손을 들어 주었다. 제주시 갑 송재호(48.7%), 제주시 을 오영훈(55.3%), 서귀포 위성곤(55.4%) 민주당 후보가 국회의원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선거기간 동안 60%에 육박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당선된 후보 득표율로 반영된 측면이 크다. 

사실상 도민들은 문재인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세 후보에 대해 전략적 투표가 이뤄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때문에 길게는 20년, 짧게는 16년의 민주당 독주를 막고, 견제와 균형론을 강조했던 미래통합당 후보들의 맹추격에도 불구하고 뒷심 부족이 승패를 갈랐다. 민주당의 5연속 승리는 제주 정치사에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본격적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 4·3 특별법 개정 불발, 제2공항 건설 등 제주 현안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책임론이 만만치 않았다. 제주경제 역시 역성장으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협치와 협력의 소홀함에 대한 비판 여론도 비등했다.  

그러나 선거 두 달 남겨두고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는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다. 깜깜이 선거로 치러지면서 대면 접촉 자체가 불가능해 총선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은 미미했다. 이런 상황에서 후보들의 자질과 역량을 검증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제주사회 발전의 아젠다 발굴과 도민 공론화라는 선거 취지가 무색할 정도였다. 

수차례 열린 후보자 방송토론회도 후보자간 상호 비방과 말꼬리 잡기 식 비생산적 토론으로 채워지면서 도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고작해야 4·3특별법 개정처리에 대한 여야의 의지 정도 확인했을 뿐이다. 정책과 비전 제시는 구체성이 결여된 나머지 도민들의 현명한 선택의 발목을 잡았다. 

그나마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24.6%)이 전체 투표율(62.9%)을 끌어올렸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흑색선전 · 상호 고발전으로 얼룩지면서 역대 최악의 선거였다는 평가에서 빗겨 나갈 수 없을 듯 보인다.

선거는 끝났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진행형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위기는 시시각각 제주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코로나19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여야정치권의 분발이 절실하다. 당선자들이 약속한 것처럼 4·3 희생자와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제2공항 건설로 인한 정부의 갈등해소 대책마련도 시급하다. 2년 후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더 이상 도민들에게 절망이 아닌 희망을 주는 정치를 기대하는 이유다. 진정 도민을 위한 협치와 통합의 정치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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