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 취재2팀 차장

최근 연세대 페이스북에 가난을 딛고 의대에 합격한 한 학생의 사연이 올라와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연세대 의대 합격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글쓴이는 "나는 엄마 얼굴을 잘 모른다. 내가 5살이 되던 해, 엄마가 죽었다. 빠듯했던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식당 일을 나가고 돌아오던 길에 사고를 당했다. 엄마가 죽고난 후 일용직 노동자인 아빠는 8살·5살 두 딸을 혼자 키웠다. 우리를 없게 키우지 않기 위해 아빠는 피눈물을 흘렸지만, 애석하게도 아빠의 피눈물의 대가는 크지 않았다. 그냥 나와 내 언니와 아빠, 세 식구가 죽지 않고 살 정도였다"며 불우한 어린시절을 담담히 적어 나갔다.

그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공주' 같은 친구 집에 놀러가 집 벽에 곰팡이가 피지 않을 수 있단 것을, 집에 신선한 과일이 준비돼 있을 수 있단 것을 알게 됐고, 그때 자신이 가난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집이 가난해 일찌감치 대학을 포기한 언니를 보며 미래에 대한 꿈은 꿀 수조차 없었지만 중학교에서 전교 1등을 한 이후 '내 재능이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처음으로 갖게 됐다고 했다. 이후 아버지가 건설 현장에서 사고를 당하면서 또 시련이 찾아왔지만 언니의 헌신으로 공부를 포기하지 않고 꿈을 키워 나갔다. '돈은 어떻게든 벌어올테니 너는 공부해서 개천에서 용 한 번 제대로 나보라'는 언니의 응원에 그는 고3까지 죽어라 공부만 했다.

마침내 연세대 의대에 합격한 그는 "오늘 아빠가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를 데려갔다. 언니와 내가 스파게티와 스테이크와 랍스터까지 먹는 모습을 본 아빠는 울었다. 아빠가 울어서 나랑 언니도 또 울었다. 울면서 4인 세트의 모든 음식을 다 먹었다. 배가 찢어지게 부를 때까지 음식을 먹어 본 것은 처음이다. 그리고 배가 찢어질 때까지 음식을 먹어 본 아빠와 언니의 모습도 처음이다. 인생의 한 줄기 빛이 열린 우리 모두의 모습이 너무나도 행복해보였다"고 했다.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은 이제 실현불가능한 '신화'로 굳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난과 역경을 딛고 꿈을 실현한 사례는 '금·은·동·흙' 수저의 색으로 상실감이 큰 이들에게 깊은 울림이 되고 있다. 의대생의 사연이 현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에게 한 줄기 빛이 되길 바라본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