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취재1팀 차장

완장(腕章)은 자격이나 지위 등을 나타내기 위해 팔에 두르는 표장이나 팔띠를 의미한다.

대체로 완장을 차면 우쭐해지고, 뭔가를 저지르고 싶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완장 찼다'라는 표현은 이런 완장의 특성에서 나온 말이다. 자신은 아무런 능력이나 권한이 없지만 완장을 준 사람이나 세력을 등에 업고 자신이 권력을 행사하는 양 패악질을 벌이는 것을 말한다.

완장을 차고 다니는 사람은 주로 지시를 받고 집행하는 사람이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완장을 준 사람보다 완장을 찬 사람이 눈에 띈다. 완장을 찼다와 비슷한 의미의 사자성어는 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등에 업고 다른 약한 동물 위에 군림한다는 뜻의 호가호위(狐假虎威)다.

지난 15일 4·15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제주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송재호·오영훈·위성곤 당선인이 민심을 얻고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예비후보 등록 이후 유권자를 만나 지지를 호소했고, 지난 2일부터 시작된 공식 선거운동이 기간에는 게릴라 유세와 거리 유세, 방송 토론회 등을 통해 공약을 알리면서 표심을 공략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한 당선인뿐만 아니라 낙선한 출마자들도 지역구 곳곳을 누비며 유권자에게 머리 숙여 인사하고, 큰절을 올리면서 '읍소'하기까지 했다. 

정치인은 선거 때와 선거 이후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제주도민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의 판단이다. 선거 때만 유권자를 만나 읍소하고, 당선 이후에는 '완장을 찬 사람'처럼 돌변하는 모습을 그동안 보여줬기 때문일 것이다. 정치 불신이 만들어낸 현상이기도 하다. 정치인은 서로 상대 정치인을 비방하고 비판하는 것에 집중한다. 자신이 열심히 하는 것을 알아달라고 하면서도 상대 정당, 다른 정치인이 잘못한 것을 부각해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다. 

국회의원이란 완장은 국민이 준 것이다. 국민을 등에 업고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완장찬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번 선거 때 유권자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읍소했던 것이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한 선거 전략이었는지, 제주도와 도민을 위해 진심으로 머리를 숙인 것인지는 4년 후에 도민들이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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