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에서의 선거는 종종 전국적인 화제를 낳곤 한다. 무소속 돌풍이 만만치 않은가 하면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애정(?)이 도를 넘칠 정도다. 지방자치시대가 개막하면서 1995년 처음 전국적으로 동시에 지방선거가 치러진 이후 지금까지 8번 실시된 도지사 선거(보궐선거 1회 포함)에서 무소속 후보가 딱 절반인 4번 당선됐다. 

△ 높은 정치의식 소신껏 발현 

1회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신구범 지사, 4회 김태환 지사, 5회 우근민 지사에 이어 7회에서 현 원희룡 지사가 무소속으로 도백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 당 저 당 해도 괸당(친척)이 최고"라는 오래 된 옛말이 있듯이 정당보다 인물을 중시하는 제주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투표하는 성향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같은 무소속 선호 현상은 한동안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자주 나타났다. 관권을 총동원, 민주공화당 소속 후보들이 지역구를 독식하던 박정희 독재정권이 국민들의 힘으로 물러간 이후 무소속이 강세를 보였다.

11대 총선 강보성, 12대 총선 양정규, 13대 총선 고세진·이기빈에 이어 14대 총선에서는 현경대·양정규·변정일 등 무소속 후보가 3개 지역구를 석권, "제주도는 무소속의 섬"이라는 말까지 낳았다.

이후 15·16대 총선에서 여·야 후보들이 번갈아가며 금배지를 달다가 17대부터 분위기가 확 바뀐다. 지난 21대 총선까지 5회 연속 정통 야당 출신인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으로 반 한나라당 정서가 하늘을 찌르던 2004년 4월 15일 실시된 제17대 총선에서 열리우리당이 총 299석 가운데 152석으로 과반을 넘긴 가운데 도내에서는 강창일(제주시갑), 김우남(제주시을), 김재윤(서귀포시) 의원이 지역구를 싹쓸이했다.

이들은 18·19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소속으로 나란히 3선에 성공했다. 20대 총선에서는 제주시갑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이 당선, 4선의 영예를 안은 가운데 제주시을 오영훈, 서귀포시 위성곤 의원이 처음 국회에 입성했다.

또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제주시갑 송재호 후보가 당선되고 오영훈·위성곤 의원이 재선 고지를 밟음에 따라 도내에서는 얼굴만 바꿔가며 5회 연속 민주당이 전 지역구를 거머쥐었다.

비록 3석에 불과하지만 광역자치단체 지역구를 한 정당이 20년동안 한 석도 놓치지 않고 완전이 장악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처럼 제주도민이 더불어민주당에 한없는 지지를 보내는 것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영향이 크다.

김대중 정부 당시 4·3특별법이 제정되고 노무현 정부에서 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된데 이어 노 대통령이 국가공권력의 잘못에 대해 도민과 4·3희생자 및 유족들에게 처음 공식 사과하는 등 제주도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줌으로써 도민들이 민주당에 무한한 지지를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다 군사독재정권에 뿌리를 둔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 미래통합당에 이르기까지 극우 보수세력과 결탁, 4·3을 끊임없이 폄훼하고 기득권 세력을 옹호하기에 급급한 꼴통 보수 야당을 심판해야 한다는 여론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도민들이 더불어민주당에 의석을 몰아준 것은 "우리가 남이가"라는 특정 시·도에서의 망국적 지역주의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오히려 선거결과에 따라 제주도와 도민들에게 닥칠 불이익을 걱정하거나 따지지 않는 높은 정치의식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 각성 없는 야당 미래도 없어

이와 함께 대통령 해외순방을 '천렵질'이라고 비난한 민경욱 의원과 이언주, 김진태, 차명진 의원 등 그동안 막막을 일삼던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줄줄이 낙선된 점만 보더라도 국민들의 의식이 놀랄만큼 높아졌다는 사실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후보도 물론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다면 미래통합당은 앞으로 다가올 각종 선거에서 좋은 성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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