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챕터 대표

코비드19 사태가 전세계를 강타한지 두달이 지나면서 이제 '코비드19 이후의 세상'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크다. 상황의 위중함은 지난 14일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보고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도 잘 드러난다. IMF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 침체를 겪을 것으로 예상하며, 2020년 세계경제 성장률을 -3.0%로 전망했다. 코비드19 사태의 경제적 타격은 선진국권에 더 커, 선진국(-6.1%)은 신흥개도국(-1.0%)에 비해 성장전망이 더욱 암울하다.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우리 한국의 성장전망은 -1.2%이었다.

총선 후 우리나라가 '긴급재난기금'의 집행규모와 대상에 대해 열띤 논의를 벌이는 것처럼, 코비드19에 맞선 각국 정부의 경제적 대응의 촛점은 천문학적 규모의 '현금 살포'에 있다. 15일 IMF가 공개한 '재정감시보고서(Fiscal Monitor)'에 따르면 보고서 공개일 기준 전 단 한달 간 G20은 국내총생산의 5.8%에 달하는 돈을 경기부양 혹은 구난책에 쏟아 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이른바 양적완화를 통해 첫해에 국내총생산의 0.8%를 이듬해인 2009년에 3.0%를 투입한 것에 비교해보면 위기의 중대함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유동성 공급에 촛점을 맞췄던 금융 위기 당시와는 달리 지금 세계는 기업과 가계에 직접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초유의 대응 카드를 커내든 셈이다.

물론 현재 전 세계가 실시하는 경제대책이 위기 극복에 이를지 아니면 당장 모면하는 수준에 그칠지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다만 이런 파격적 조치의 결말이 이웃 일본의 사례와 유사할 것이라는 진단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거치며 조합 가능한 거의 모든 형태의 현금 살포성 재정·화폐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구조화된 성장 잠재력 저하와 인플레이션 하락에 신음하고 있는 실정이다. 끝 모를 장기불황의 미로가 이어지는 국가 경제의 '일본화(Japanification)' 현상이 코비드19 사태 이후 세계가 마주하게 될 현실일 수 있다는 말이다.

더구나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마구 찍어낼 수 있다는 미국과는 달리 현금 공급형 구제책을 위기 때마다 동원하면서도 국가경제가 온전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미 일본의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부채는 2019년 10월 기준 이미 240%에 육박한다. OECD 35개 국가 중 이미 이탈리아(132%)와 미국(104%)은 국가 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을 뛰어 넘었고, 프랑스(98%), 영국(86%) 등도 그 뒤를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한 때 적정 국가채무비율 40%를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시절은 마치 꿈 속의 얘기처럼 들린다. 국가채무비율이 40% 언저리를 맴도는 우리나라는 그나마 재정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으로 진단되고 있는터라, 코비드19 위기 대응 국면에서 재정 확대 여력이 있어 실로 다행인 점이다.

한편 민간 부문의 위기 이후 전망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글로벌 컨설팅 펌 맥킨지가 4월 전세계 주요 기업 경영진을 대상으로 코비드19 이후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시행한 서베이 결과를 보자. 답변자의 2/3는 코비드19 팬데믹이 세계경제성장률을 일정 또는 심각한 수준으로 잠식할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이미 민간의 경제 심리도 경기 침체 또는 공황 수준에 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희망적인 점은 과반의 답변자가 위기 극복과 반등을 점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바이러스가 잡힌 뒤 세계 경제가 강력한 반등 또는 완만한 회복을 이룰 것, 또는 바이러스가 소강 국면 뒤 재발현 하더라도 세계 경제는 중장기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과 기대가 기업계에서 아직 유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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