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취재2팀 기자

‘힘든 시기’라는 말로 정리되는 요즘이다. 특히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주로 삼는 문화예술계에는 더 와 닿는 말이다.

오랜 기간 준비해 온 축제와 공연 등을 일괄적으로 취소하고 ‘다음’이라는 기약마저 잡기가 어려워 현장 일선에 있는 예술인들은 생계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대로 작은 단체부터 쓰러지기 시작하는 건 아닌가 싶을 즈음 몇몇 단체가 새로운 유형의 가능성을 모색, 도내 문화계에 전염돼가는 무기력을 걷어내기 위한 실천에 나섰다.

박물관과 미술관은 온라인 관람 공간을 개설해 전시관에 설치한 작품 영상과 참여 작가들의 인터뷰를 엮어 SNS를 통해 펼쳐 보이고, 도립제주예술단은 온라인 특별공연을 마련했다.

예술인 개개인은 SNS상에서 저마다 예술가로 보내온 시간을 조명하는 ‘아티스트챌린지’를 통해 서로를 격려하는가하면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을 응원하는 모습 자체를 문화로 꽃피운 전시가 기획되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 공연 문화를 조성·권유하고 경계 없는 온라인 공간을 적극 활용해 ‘양’적인 규모도 키워내는 모습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다만 일련의 모습들이 문화예술계가 코로나19라는 격랑 속에서 자생하고 있다는 ‘안도’로, “이제 문화예술계는 괜찮다”란 인식으로 번지는 건 아닐까 하는 염려가 남는다.

예술인들이 남아있는 의욕을 한껏 끌어내 사람들에게 가장 친숙하고 가까운 매체를 활용한 문화행사를 제공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중의 관심은 부족한 실정이다.

관객에게 ‘익숙한 매체’라고는 하지만, 새로운 형태로 시도하는 행사인 만큼 어색한 느낌을 자아내 관객의 마음을 ‘동하게’ 만들기 어려운 탓이다. 그래서 관객의 입장에서는 무심코, 알고 있음에도 찾아보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잦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니 만큼 문화에 대한 관심을 줄이고 각자의 생계에 몰입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에 모처럼 문화행사를 이어가고 있는 예술인들의 의욕마저 잃게 둬선 안 된다. 조금은 어색하더라도,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행사일수록 의식적 관심과 꾸준한 응원이 필요하다.

후일 되찾을 일상에 ‘문화’가 온전히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문화의 맥을 이어가려는 그들의 노고에 애정 어린 눈길을 보내보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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