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주 사단법인 제주올레 상임이사·논설위원

최근 친구들과 제주올레 15-B코스를 걸었다. 한림항에서 시작해 고내포구에서 끝나는 15-B코스는 한림, 애월 해안도로와 산책로를 지난다. 친구들은 올레길을 걷는 내내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했다. 그러나 카페들이 즐비한 애월 산책로를 지날 즈음에는 '쓰레기가 왜 이렇게 많냐?'며 눈살을 찌푸렸다. 산책로 주변으로 카페 음료를 담았던 일회용 컵들이 적잖이 버려져 있었고, 검은 현무암 바위 위로는 해양 쓰레기들이 산적해 있었다. 한 친구가 "이 많은 카페들은 여기 바닷가 청소 안하나? 이 바다 풍광 팔아서 돈 버는 사람들이 주변 경관을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물었다. 경관을 통해 돈을 번다면 그 경관을 잘 지키고 가꾸는 것은 기본 아니냐는 주장이다. 

제주도 행정 당국은 해양 쓰레기를 집중적으로 처리하는 청정 제주 바다 지킴이, 올레길 주변 모니터링과 환경 정비를 정기적으로 하는 올레길지킴이, 그린리더 등을 투입해 쓰레기를 수거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바다로부터 밀려오는 해양 쓰레기와 관광객들이 마구 버리는 쓰레기를 실시간으로 치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청정 제주 바다 지킴이 사업의 경우, 예산 때문인지 4월 중순에나 시작됐다. 제주도는 겨울에는 북쪽 바다가, 여름에는 남쪽 바다가 밀려오는 해양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데 올 1월부터 4월 중순까지 바다 쓰레기를 치우는 인력은 거의 배치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올레길지킴이와 그린리더의 경우 1월 중 현장 활동이 시작되기는 하지만 올레길 425km 거리의 쓰레기를 하루 평균 10명 남짓 배치되는 인력으로 남김없이 처리하기란 쉽지 않다. 쓰레기와의 전쟁은 공공의 노력만으로 해결되기 어렵다.

물론 제주도의 다양한 민간단체들이 '쓰레기와의 전쟁'에 동참하고 있다. 사단법인 제주올레는 '클린올레' 캠페인을 통해 여행자들의 의식을 개선하면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노력을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 최근에는 제주도를 찾는 여행자들이 아웃도어 게임을 통해 친환경적으로 제주를 여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플레이 더 제주-붉은 산호의 수수께끼'를 제주도청, 제주테크노파크와 함께 개발해 출시했다. 여행자들로 하여금 재미있는 게임을 통해 쓰레기도 주워보고 쓰레기 발생 자체를 줄여보라는 의도다. 제주도의 다른 환경 단체들도 해양 쓰레기 수거 캠페인, 일회용품 안 쓰기 캠페인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제는 행정당국이나 환경 단체들뿐 아니라 내 집 앞 쓰레기 치우기, 내 점포 앞 쓰레기 치우기, 어선 선주와 해녀들이 주체가 되는 바다 쓰레기 수거 작업 등 모든 도민들이 주인공이 되는 환경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10여년동안 클린올레를 운영해온 경험에 비춰보면, 클린올레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내 점포 앞 쓰레기, 내 점포 앞 바다 쓰레기를 치워보면 점빵 주인들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 배출 자체를 줄이는 데 적극 동참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선주들과 해녀들도 바다에서 더 자주 쓰레기를 치우다 보면, 해마다 해양쓰레기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어업폐기물의 양을 줄일 방법을 고안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기점으로 시작되는 5월 연휴 기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담화문까지 발표하며 '가급적 제주로의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연휴 기간 항공권은 이미 매진됐고 호텔 예약도 다 찼다는 소문이다. '코로나 감빵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연휴를 맞아 숨 쉴 곳, 제주를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관광객이 오지 않아 굶어 죽느니 차라리 코로나에 걸리는 것이 낫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관광이 주력 산업인 제주도 처지에서는 오는 사람 막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이럴 때 바이러스 확산에 대비한 철저한 방역과 점검은 당연한 일이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 경관과 환경 보전에도 신경을 더 써 진정한 클린 제주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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