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취재1팀 차장

팔랑귀는 귀가 팔랑팔랑 거릴 정도로 얇아서 남의 말에 잘 넘어가고 속는다는 의미다. 주관 없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르는 사람을 일컫는다.

팔랑귀와 관련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가운데 '부자와 당나귀'가 있다. 프랑스 작가인 라퐁텐의 우화집에 실린 이야기다.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팔려고 끌고 갔다. 그러자 탈것 멀쩡히 두고 걸어간다며 사람들이 비웃어서 아들을 태웠다. 그러자 아버지는 걷는데 아들만 타고 간다며 노인이 나무랐다. 그래서 아버지가 타고 갔더니 불쌍하게 자식을 걷게 한다는 말을 들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같이 타고 가자 당나귀 혹사시키면 제값 못 받는대서 당나귀 다리에 장대 끼워 둘이 메고 갔다. 그렇게 다리를 건너다 눌린 다리가 아픈 당나귀가 몸부림치는 바람에 물에 빠트려 죽이고 말았다.

제주 제2공항, 대정해상풍력단지 등 기반시설과 뉴오션타운 조성사업, 오라관광단지 조성사업, 제주 신화련금수산장 관광단지 조성사업 등 대규모 개발사업은 물론 비자림로 확장, 서귀포시 우회도로 개설사업 등 주민 숙원사업까지 찬·반 의견이 엇갈리면서 갈등을 겪고 있다. 제주 환경 보존과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경제적 논리가 부딪히면서 마찰을 빚는 것이다.

개발과 보존은 상충하는 개념으로, 개발을 위해서는 자연 훼손이 불가피하다. 또한 개발은 주차난 등 교통문제와 상·하수도 및 생활 쓰레기 등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나무 하나 자르지 않고 자연을 지키는 것에만 중심을 둔다면 도민은 먹고 살 문제를 걱정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제주도민을 대표하는 제주도의회는 도내 갈등 현안에 대해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 도의회가 팔랑귀로 전락하면 당나귀를 팔지도 못하고 물에 빠트려 죽이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도민들은 누구보다 제주를 아끼고 사랑한다. 하지만 왜 제주도민들이 개발을 원하는지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놔두면 휴양하기 위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에게는 좋겠지만 제주에서 나고 자란 도민들은 먹고 살 것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개발과 보전의 적절한 타협점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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