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길 서귀포의료원장

황금연휴를 맞아 많은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고 있다. 제주경제를 위해서는 반가운 일이지만 도지사가 직접 나서서 여행 자제를 당부할 만큼 코로나19방역에 있어서는 가장 큰 고비다. 지금까지 잘해온 방역당국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4월부터는 조금씩 변화가 있지만 그동안 코로나19는 많은 일상풍경을 바꾸어놓았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한 이후로 회식이나 모임이 없어져서 퇴근해서 집에 가는 시간이 빨라졌다. 조금만 늦게 퇴근해도 아파트 주차장에 빈 자리가 별로 없다. 다른 사람들은 더 빨리 귀가하고 외출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다들 집에만 있고 소비를 안 하면 장사하시는 분들은 정말 힘들 것이다. 서귀포에서 제일 큰 매일올레시장에 갔는데 평소에는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지나다니기가 힘들었는데 사람이 없어서 휑하였다. 이 시장에 많이 왔었건만 길바닥이 눈에 들어온 것은 처음이다. 우리 의료원 의사 가운데 가족들은 서울에 살고 혼자 서귀포에서 사는 사람이 있는데 얼마 전이 돌아가신 어머니 제사였단다. 마침 미국 유학생인 아들이 귀국해서 서울 집에서 자가격리 중이라서 부인도 내려오지 못하고 중년 남자가 평생 처음으로 직접 준비해서 혼자 제사를 지냈다고 했다. 얼마 전 서울에 다녀왔다. 비 내리는 밤중에 김포공항에 착륙하니 시커먼 밤안개 속에 끝없이 서있는 비행기들의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병원도 요즘 환자가 많이 줄었다.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해서 면회도 제한하고 모든 출입자에게 발열체크도 하고 있다. 우리 산후조리원은 남편도 면회를 금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산모들은 취지를 이해하고 불편을 감수하고 있지만 예약을 취소하거나 들어왔다가도 중도에 퇴실하는 사람도 있었다. 장례식장은 3월에는 조문객이 확 줄어서 우리나라 장례문화가 바뀌나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4월부터는 다시 예전처럼 사람들로 넘쳐난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병동소개명령이 내려졌던 서귀포의료원은 다행히도 지금까지 확진자가 한명도 없어서 제일먼저 병동소개명령이 해제되었다. 그동안 비워두었던 병동을 다시 열어서 정상진료로 복귀하고 있다. 서귀포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거의 없었는데 앞으로도 코로나19로부터 청정한 서귀포 이미지를 계속 이어가기를 바란다.  
 
코로나19가 유행해도 봄은 봄이다. 올해 봄은 왜 이렇게 다른 때보다 더 아름다워 보이는 것일까.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서 집안에만 머물던 사람들의 인내심이 점점 바닥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코로나19 생활수칙 등은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보고 들어서 다들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잘해왔듯이 조금만 더 불편을 참아서 이번 황금연휴 고비만 잘 넘기면 생활방역으로 넘어가서 좀 더 자유롭고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참자. 인류가 멸망한 뒤에도 바이러스는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다. 사람이 바이러스를 이기는 길은 바이러스전파를 안 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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