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석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주지역본부장

필자가 근무하는 재단의 후원자 이야기다. 이분은 외식업체와 대학교 구내식당 위탁 운영, 해수사우나 등을 운영하는 사업가이며 다양한 사회복지기관에 고액의 기부와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최근에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겠다는 요청이 있어 장학금 수혜 대학생을 추천한 적이 있다. 

그날은 이 학생을 만나 장학금을 전달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학생은 어머니와 단둘이서만 살고 있는데 어머니의 암이 재발하여 수시로 응급실에 실려 가거나 입·퇴원을 반복함에 따라 유일한 보호자인 학생이 병간호를 도맡아야 하기에 수업 결석으로 인해 낮은 학점을 받아 장학금을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장학금을 지원받아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을 전달받았다고 한다. 

후원자는 어머니를 생각하는 효심과 경제적 어려움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에 많은 감동을 받아 장학금과 함께 이 학생이 다니고 있는 학교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터라 식권과 용돈까지 챙겨 주며 언제든 힘들 때 전화를 하라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이 학생을 만나면서 자신이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주인공이 자신이 남겨둔 자동차와 반지를 팔았더라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다는 말을 하며 오열하는 장면이 떠올랐다고 한다. 후원자는 자신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에 관한 이야기와 쉰들러가 구한 1100여 명의 리스트가 있었다면 이 학생은 끝까지 자신이 도움을 주어야 할 리스트라는 마음과 한명씩 더 아동 리스트를 늘려가는 책임감으로 살겠다는 각오를 했다고 한다. 

그 일 이후에 필자도 어떤 버킷리스트를 써 내려 갈까 고민하던 중 힌트를 찾기 위해 예전에 사둔 <버킷리스트>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과 희망사항을 간직하며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지극히 평범한 소망도 있고 특이한 소망도 있다.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더 성공할 수 있다고 하며, 성공한 사람들은 늘 무엇인가를 꿈꾸는 삶의 자세가 꿈에 한 발짝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했다는 말을 한다. 

여러분은 어떤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있는가?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다면 한 번쯤 시간을 내어 생각해 보길 권한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도 좋고 시간과 여유를 가지고 죽기 전에 반드시 이뤄야 할 자신의 꿈도 한번 꾸어 보기 바란다. 지친 삶에 건강한 동력으로 쓰일 수 있기에 꼭 필요하며 오늘을 살게 하고 내일을 꿈꿀 수 있는 좋은 에너지가 될 수 있기에 버킷리스트에 대한 꿈을 꾸기 바란다. 그리고 한 가지 버킷리스트를 정함에 있어 얼마나 세상에 유익한 기여를 할 수 있는가도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하고 이러한 것도 담을 수 있는 리스트도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에서 살아남은 유태인들이 자신들의 금이빨을 뽑아 쉰들러에게 줄 반지를 만들어 전달하면서 고마움을 표시하는 마지막 장면이 생각난다. 그 반지에는 "한 생명을 구한 자는 세계를 구한 것이다"라는 탈무드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앞서 후원자가 그 학생을 만나면서 자신이 도울 수 있는 리스트를 써 내려가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나눔의 손길을 펼쳐보는 것도 인생을 가치 있게 살아가기 위해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하는 여러분들에게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하고 싶다.

지금부터 이러한 가치를 알고 쉰들러가 자신만의 리스트를 만들어 많은 생명을 구한 것처럼 여러분도 한 사람이 또 다른 한 사람을 도왔으면 한다. 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세상을 구하는 것이라고 했으니 모두가 세상을 구하는 그런 위대한 일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버킷리스트는 다르겠지만 모두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버킷리스트는 최소한 한 가지 정도 있었으면 좋겠다. 5월이니까 이런 거창한 꿈도 꾸어 본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