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이패 한라산이 지난해 공연한 4.3마당극 '격랑'.

 “부디 이 아이덜 살려주십서.아무 분시 모르는 철부지 아니우꽈.살려주시기만 허믄 우리가 책임지고 착헌 백성 만들쿠다”

 놀이패 한라산(대표 김수열)이 열한번째 4·3연극 ‘광기(狂氣)’를 무대에 올린다.

 지난 89년 ‘4·3’을 창작화두로 한 처녀공연‘4월굿 한라산’이후 매년 무대위에서 진실규명작업을 벌여온 놀이패 한라산의 이번 작품은 기존의 작품과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다.

 4·3의 소용돌이에 직접 휘말린 사람들에서부터 방관자적 입장에서 안타까워했던 시선 등을 통해 4·3을 우리 역사의 한 부분으로 기억해야한다는 당위성을 강조했던 ‘호소하는’흐름에서 벗어나 실험적 성격이 강한 무대를 꾸리게 되는 것.일정한 형식이나 구성없이 전후 상관관계가 없는 장면이 나열된다.

 ‘빨갱이는 죽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우익인사와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노인을 매몰차게 뿌리치는 토벌대,젊은날의 과오(양민학살)로 괴로워하는 임종직전의 서북청년단이 무대를 어지럽힌다.

 뒤를 잇듯 ‘빨갱이’라는 강박관념에 무너지는 사람들과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통이 풀어헤져지며 분위기를 가라앉힌다.

 ‘집단광기’로 표출되는 잔혹한 학살의 유형들에서 상관관계를 찾는 것은 무리.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더이상 이런 비극을 만들어내서는 안된다”는 강한 메시지를 담은 큰 틀을 만들어낸다.

 기본 원칙이나 구도가 없는 만큼 극의 흐름은 ‘효과음’과 ‘장면설정’에 의존해볼 수밖에 없다.4·3사건의 현장만이 아니라 동물농장·광신도 집단·원폭피해자·731부대 등의 장면이 등장하는가 하면 7명의 배우가 피해자와 가해자를 넘다들며 연기,관객들을 당혹스럽게 한다.

 공연은 4월1일과 2일 이틀간 도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오후4시·7시 등 모두 네차례 공연된다.문의=753-9539.<고 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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