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평화공원조성사업은 제주도민의 화해와 화합의 상징적인 숙원사업으로 제주사회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제주도는 이 사업을 올바로 실행하기 위해 430여쪽에 달하는 「제주 4.3평화공원 조성 기본계획」을 2001년 4월에 내놓은 바 있다.

 지난 27일 있었던 4·3평화공원 공모 심사과정에서 보여준 제주도의 관행은 지난해의 열성과는 달리 도민 숙원 사업이라는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무척 조급하고 비이성적인 태도를 보였다. 왜 제주도는 4·3평화공원 심사를 허겁지겁 서둘렀을까. 24일자로 제주도청은 300여명의 인사발령을 냈고 4·3평화공원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실무 부서인 4·3지원사업소 또한 5명이 인사이동에 포함돼 월요일인 26일은 업무이관을 위해 도청 전체가 부산스러운 상태였다. 또한 제주도는 이번 공모를 위해 참가자들에게 배포한 「제주4.3평화공원조성 기본설계현상공모지침」에서 응모작품 접수 후 8월에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9월에 심사위원회를 개최하기로 일정을 제시해 놓았다가 갑자기 이를 변경해 서둘러 강행한 이유는 많은 의혹을 남기는 부분이다.

 이런 정황 속에서 27일 4시에 발표한 심사 결과는 더더욱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직언하면 이번 심사는 객관성을 증명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었다. 지상에 발표된 심사 결과는 극히 추상적이고 형식적인 발표에 그쳐 공모 참가자나 도민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사업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당선작을 가리기 위한 논리적인 세부항목의 채점표가 당연히 있어야 함에도 심사위원의 식견에 맡긴 듯한 투표로 대규모의 중요 사업을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무모한 행동인가.

 또한 심사결과와 함께 참여한 심사위원의 명단을 동시에 발표해 이번 심사가 어떤 사람, 어디 사람, 어느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했는지 분명히 제시했어야 함에도 제주도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결국 이번 4·3평화공원현상공모는 제주도가 심사에 따른 준비 과정을 너무 졸렬하고 급작스럽게 진행해 공모작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지 못함으로 인해 이 사업에 대한 공신력이나 정당성을 얻지 못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남기고 말았다.

 따라서 제주도는 제주도민들에게 이번 4·3평화공원 공모 결과에 대한 객관적인 심사 내용과 공모 참가작 11점을 행정 공개의 원칙에 입각해 제주도민들에게 정당하게 공개, 도민분열을 가져오는 의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김유정·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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