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입양의 날' 두딸 공개입양한 안국현·강나루씨 부부
'입양가정' 출산 가족과 같은 평범한 가족 중 하나일 뿐

8일 동갑내기 안국현·강나루씨(39) 부부와 첫째 대원(11)·둘째 근원(9) 두 아들과 공개입양을 통해 가족이된 보배(7)·샘물(4) 두 딸. 박시영 기자

"입양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한 아이의 인생은 바꿀 수 있죠"

제주에서 농산물을 판매하는 동갑내기 안국현·강나루씨(39) 부부에게는 결혼 후 얻은 첫째 아들 대원(11)·근원군(9)말고도 애틋하고 소중한 두 딸이 있다.

흔한 가족의 모습이지만 사실 이들 가족은 혈연 대신 '공개입양'으로 가족이 된 '입양 가정'이다. 

하나도 아닌 넷이나 되는 아이들을 키우려면 하루가 24시간이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네 아이의 식사를 챙기고,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 학교 픽업까지 하다 보면 어느새 하루해가 저물어 있다.

몸은 고되고 피로가 몰려오지만, 아이들과 함께여서 부부는 즐겁고 행복하다.

지난 2014년 안국현씨 부부는 셋째 자녀를 계획하던 중 평소 입양에 관심이 많던 아내 강씨의 권유로 출산 대신 '공개입양'을 선택했다.

그렇게 입양을 위해 방문한 서울의 한 센터에서 심장에 구멍이 나는 질병(심방중격결손증)으로 입양에 어려움을 겪던 딸 '보배'를 만났다.

부부는 보배를 본 순간 "완벽한 엄마·아빠가 될 순 없을지라도, 이 아이에게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하지만 부모로서 아낌없는 사랑을 주더라도 분명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거라는 걱정이 든 부부는 2017년 자매처럼 의지할 수 있는 같은 조건의 넷째 샘물(4·여)이를 맞이했다.

보배와 샘물이는 어렸을 적부터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컸다.

강나루씨는 공개 입양에 대해 "입양 이야기, 낳아준 엄마 이야기, 입양이 얼마나 아름다운 건지, 입양아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잘 알고 있어야 건강하게 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개입양도 보배와 샘물이를 위한 배려였다.

입양아동이 가정에 애착을 갖게 되기까지는 떨어져 산 시간의 곱절이 지나야 한다고 한다.

강씨는"보배가 태어난지 80일만에 왔고, 6살 되던 해 "나도 친엄마 얼굴이나 한번 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며 "조금 서운했지만 친모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 보배가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묵묵히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강씨는 입양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한국입양홍보회 '반편견 입양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강씨는 "많은 사람들이 나쁜 의도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입양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입양가정도 다른 출산가족과 같은 평범한 가족 중 하나의 모양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혈연이 곧 가족'이라는 생각이 느슨해진 요즘이지만, '입양아'와 '입양 가족'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

이 부부는 두 아이가 '입양'의 벽을 뛰어넘길 바라며 오늘도 숨김없이 '입양 가족'이라 말하고 세상의 편견에 당당히 맞서고 있다.

8일 어버이날을 맞아 셋째딸 보배가 직접 만든 손편지. 박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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