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복 제주특별자치도 문화예술진흥원장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했다. 인간은 결국 자기가 소속된 정치공동체를 떠나서 살 수 없듯이 얼마간 친소의 정도 차이를 내보일지언정 서로 교류하며 세계를 이룬다는 말과 다름 아니다. 단적으로 말해 물고기가 물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장자(莊子)는 한때 곤궁한 자신의 처지를 물에 빗대어 표현했다. 《장자》 <외물>편에 보면, '수레바퀴 자국에 고인 물속의 붕어'란 뜻의 학철부어란 표현이 나온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장자가 어느 날 고을 관리로 있던 감하후란 친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게 되는데, 그 친구의 말인즉슨 지금 당장은 힘들고, 몇 개월 후면 고을에서 세금을 거둘 때가 되니 그 때에 3백금을 빌려주겠노라고 둘러대는 게 아닌가. 그러자 장자는 이런 우화를 들려주며 감하후에게 일침을 놓는다. 

"오는 길에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속에서 파닥거리는 붕어 한 마리를 보았네. 그 붕어가 나를 부르며 '지금 내 신세가 다급하니 한 됫박의 물이라도 부어 달라'라고 하더군. 그래서 내가 '지금 내가 서강으로 가는 길인데, 조금만 더 기다리면 서강의 강물을 끌어다 주겠다.'라고 했다네. 그러자 붕어는 화를 벌컥 내며 '지금 당장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인데, 나중에 강물을 끌어다주겠다니! 훗날 건어물가게에서나 나를 찾아보시구려.'라고 하며 나를 나무라더군."

그러고 보면 장자는 지금 당장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자신의 처지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상황에 처하게 됨을 이렇게 에둘러 말했던 것이다. 
한편 의기투합 하는 사람을 얻게 되거나, 혹은 어려운 지경에서 벗어나 활약하기 좋은 환경에 처하게 됨을 물에 빗대어 표현한 사례도 있다. 진수(陳壽)가 쓴 《삼국지》 <촉서 · 제갈량전>의 여어득수(如魚得水)란 게 곧 그것이다. 

제갈량의 전략이 뛰어나다는 세간의 평을 듣고서 유비가 세 번이나 그의 초라한 오두막집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는 '삼고초려(三顧草廬)'의 일화는 너무나 유명하다. 그러나 유비와 의형제를 맺었던 관우와 장비가 애초부터 제갈량을 그리 썩 좋게 생각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자 유비가 이런 비유를 들며 그들을 회유한다.? 

"내가 제갈량을 얻은 것은 마치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다[如魚得水]'라네. 자네들은 제발 두 말 하지 말게나." 

이리하여 후세 사람들은 자신과 마음이 통하는 상대방을 만나게 되거나 혹은 자기 뜻을 펼칠 수 있는 좋은 조건과 상황에 처하게 되었을 때, 이 말을 즐겨 인용하곤 하였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현실의 상황과 내일의 전망을 비추어 볼 때, 새삼 장자와 유비의 고사를 떠올리며 이를 실감하게 된다. 

이 아름다운 봄날, 우리는 그저 멀거니 바라보기만 하면서 춘삼월의 기간을 훌쩍 떠나보내야 했다. 그렇게 3월이 갔고 4월을 보내면서 이제 또 새로운 달 5월을 맞았다. 

그래도 영국 속담에 "3월의 바람, 4월의 비가 5월의 꽃을 피어나게 한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새 꽃이 피어나는 5월이기에, 우리 사회가 새로운 활력이 넘쳐나면서 예전처럼 희망의 날이 연이어 전개될 것이란 기대를 누구나 하게 될 것이리라.

다만 이번 전염병과 같은 재앙이나 위기는 언제든 다시 우리 앞에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경각심을 놓을 순 없다. 아울러 주어진 상황을 타개해 나가기 위한 자기 직분의 충실성이 요구됨은 물론이다. 더욱이 이럴 때 지도자의 역할과 소신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데, 적재적소의  인재의 발탁과 배치는 바로 덕목이기도 한 때문이다. 그게 어쩌면 '물 만난 고기'가 지향하는 활기찬 사회의 진면목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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