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 폐작위기…"망연자실"

사진=지난달 31일 제15호 태풍 "루사"에 의해 한림읍 용홍동 양배추 종묘장 하우스 2동이 날아가 버렸다. <김영학 기자>

강한 비바람을 몰고 온 제15호 태풍 ‘루사’의 피해로 주민들의 생계가 막막하다.

8월 한달동안 내린 비로 농작물 피해를 입은 주민들은 태풍이 또다시 농·축·어업과 산업시설을 비롯해 주택까지 파손시키며 큰 피해를 입히자 얼굴에는 망연자실한 표정만이 가득하다.

◆당근=이틀전만해도 어린 묘종으로 초록빛을 띠던 구좌읍지역의 당근 재배지는 날씨가 개인 1일이후 검게 타들어가고 있다.

비바람에 꺾인 묘종은 그렇다치더라도 살아남은 묘종들도 조차 수확이 불가능하다. 날씨가 개이면서 강한 바람을 타고온 염분피해로 묘종마다 시커멓게 변하고 있다. 염분피해는 방제약도 없어 농가들은 대책없이 손을 놓고 있다.

특히 당근 폐작농가들은 대체작물로 마늘을 심고 싶어도 종자가 없고, 내년 수입자유화에 의한 파동을 우려,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당근 8000평과 콩 1만평을 재배한 김덕수씨(53·구좌읍 한동리)는 “태풍으로 1년 농사가 물거품이 됐다”며 담배연기를 길게 내뱉었다.

◆콩·조=수확기를 맞은 콩·조 등 밭작물도 마찬가지. 꼬투리가 맺힌 콩은 잎들이 거의 떨어져나가 앙상한 뼈대만을 드러낸데다 조의 줄기도 꺾인채 힘없이 쓰러졌다.

농작물 폐작으로 올해말 상환이 도래할 융자금은 고사하고 생활비와 자녀 학비 등 생계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시설농업 풍비박산=막대한 비용을 투자한 시설농업도 전쟁터가 지나간 듯 철골을 드러내고 있다.

애월·한림읍인 경우 특히 중산간 지역의 피해가 컸다. 한림읍 금악리 박승준씨의 양배추 비닐하우스는 10여개동이 바람에 날려 흔적조차 찾아볼수 없는 상황이다.

양배추 주산지인 애월읍 지역은 20% 정도가 파종을 마친 상황이지만 농가들은 묘종 구하기가 힘들어 재이식이 버겁다며 걱정하고 있다.

구좌읍 한동리 둔지감귤 작목반의 지붕은 바람에 날려 온데간데 없고 지난해 처음 8000만원을 들여 설치한 감귤자동선과기에는 빗물이 들어가면서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

종달리 150평 규모의 당근작목반은 강풍으로 지붕이 날라갔다. 우도매표소 건물도 완전히 내려앉았다.

특히 종달리지역은 주택 지붕과 창고 등 50여채가 파손되는 등 북군지역 최대 피해 마을로 꼽히고 있다.

◆수산시설도 피해 속출=우도면 천진리·조일리 방파제에 이어 한림읍 수원, 애월읍 구엄포구 방파제 등 40여m가 유실돼 바닷속으로 사라져버렸다.

항포구에 정박중이던 어선들도 아랫쪽의 배면을 드러낸채 신음하고 있다.

태풍을 피하기 위해 포구에 정박중인 한림읍 수원리 용운동과 애월읍 하귀1리, 조천읍 신촌리, 추자면 신양1리의 어선 10여척이 파손되고 구좌읍 한동수산 양식장 지붕이 붕괴돼 어민들이 실의에 젖어 있다.<박훈석·변경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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