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차상 제주한라대학교 교수·논설위원

미켈란젤로가 높은 사다리에 올라가서 바티칸에 있는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그림(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등 4년간 그림을 완성)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천장 구석구석까지 꼼꼼하게 살피면서 정성껏 인물들을 그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친구가 말했다. "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그런 것을 애써 그러봤자 누가 알겠나?" 그러자 미켈란젤로가 대답했다. " 내가 알지" 내 인생은 내가 잘 알지.

얼마 전에 지인들과 함께 차를 마시는 시간을 가졌다. 늘 남들에게 차 대접하기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하였더니 좋은 서적을 한 권 주었다. 책 제목이 "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 는 것이다. 노인복지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 흥미가 생겨서 책을 잡고 읽기 시작했다. 인생후반, 나를 완성하는 삶의 기술을 차원높게 서술하고 있었다. 이론만 아니라 본인이  65세에 뉴질랜드 북섬에 있는 작은 도시 케리케리에서 하나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47만평 규모의 아름다운 숲에서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생활하는 곳, 수백명이 몇 주 혹은 몇 달 간 머물면서 자립적이고 자연친화적인 라이프 스타일을 체험하는 주거형 학교와 마을을 조성하는 것이다. 어스 빌리지(Earth Village) 사업이다.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철학과 삶의 방식을 지향하고 있어서 나로서는 공감하기 어려웠지만 "은퇴하게 되면 편안하게 살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지" 하는 나에게 크게 도전을 주었다.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120세는 커녕 남자의 평균 수명을 사는 것도 어려운 인생이라는 것을 절감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은 자신이  쓸모 있는 존재임을 느낄 때, 그리고 자기보다 원대한 그 무엇과  하나의 끈으로 이어져 있음을 느낄 때  무한한 활력이 샘솟는다. 자신이 지고 있는  짐을 왜 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안다면 그보다 더 많은 짐도 너끈히 지고 갈 수 있다. 너와 나, 몸과 마음, 사랑과 영혼, 이들 안에도  보이지 않는 끈이 있다. 그 끈을 잘 잡고 가면 서로 방향도 잃지 않고 힘도 얻게 된다. 더 많은 짐, 더 큰 짐도 너끈히 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얼마 전에 태어난 나의 손녀가 결혼할 때까지 건강하게 살아야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면 얼추 100세가 된다. 지금 장모님이 그러한 모습이다. 손자가 결혼해서 애를 낳은 것을 보고 기뻐하며, 자신의 손에서 성장한 손자의 자녀을  보며 기뻐하는 모습에서 나의 미래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42.195km 를 뛰는 마라톤은 육체를 극한의 고통으로 몰아넣는 스포츠다. 그런데 그 스포츠에는 정말 이해하기 힘든 반전이 있다. 고통의 정점에서 잠시 고통이 사라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한 현상을 의학에서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라고 한다. 이 현상은 두뇌의 엔드로핀 분비와 관계가 있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이다. 엔드로핀이라는 말은 내생적(endogenous) 모르핀(morphine)의 합성어 이다. 쉽게 말해서 신체 내부에서 생성되는 강력한 진통제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모르핀과 결합하는 특수 단백질 수용체가 두뇌 속에서 발견된 것이 1973년이었다. 추적결과 모르핀보다 10배나 강력한 성분의 존재가 밝혀졌는데 그게 바로 엔드로핀이었다. 다시 말하면 천연 아편인 것이다. 강도 높은 운동을 지속하게 되면 인간의 신체 통증을 줄이기 위해 스스로 엔드로핀을 분배해서 방어하게 된다. 이것이 마라톤에서 러너스 하이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100세 인생에서 좋은 일도 있지만 어려운 상황도 있다. 내적인 신체적 신비를 긍정적인 삶의 방식을  추구하면서 최종 골인지점까지 계획을 잘 세워서 손녀를 포함해서 남에게 유익한 존재로서 100세까지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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