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주지역 매년 10여명가량 상담 요청 "남의 일 아냐"
경비업무 외 택배보관·쓰레기 수거 등 수행해야

최근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에게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과 관련해 제주지역에서도 경비원 처우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도내 공동주택 경비원들 역시 열악한 작업 환경이나 갑질 문제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제주시 노형동에서도 수년간 입주민인 A(58)씨로부터 권한 밖의 일을 수시로 지시받고, 말을 듣지 않을 경우 자르겠다고 엄포도 늘어놓는 등 여러 차례 갑질을 당한 70대 경비원 사건이 논란되기도 했다.

19일 정의당 제주도당 갑질피해신고센터 등에 문의해 본 결과 입주민 갑질 등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경비원은 매년 10여명 정도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 노형동 한 공동주택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60대 김모씨는 "종종 층간소음 등으로 민원이 들어오면 '월급 받고 제대로 관리 안 하느냐'고 막말을 퍼붓는 등 일부 주민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제주시 연동의 한 주상복합 경비원 고모씨(60대)도 "새벽 늦은 시간 택배를 찾는 주민, 술에 취해 말 상대가 필요하다는 주민, 심지어 책상에 앉아 조는 것까지 감시하는 주민들도 있다"며 "20살가량 어린 주민에게 비인격적인 모욕을 당하기도 하지만 지금 이 나이에 이곳 아니면 어디서 일할 수 있을까 싶어 참는다"고 말했다.

입주민과의 문제가 불거지면 일자리를 잃을까 하는 걱정에 기본적인 경비 업무 외 주차 관리나 청소, 쓰레기 분리수거, 화단 제초, 택배 보관 등 아파트 내부의 모든 일을 담당해야 한다는 게 이들 경비원의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민의식 성숙과 갑질·폭력 등으로부터 공동주택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법제도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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