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잡는 "기발함" 소름돋는 "풍자성"

중견작가 주재환씨((사)민족미술인협회 공동대표)가 이 세상을 향해 퍼붓는 다양한 이야기가 가을 문턱에 전시장 가득 펼쳐진다.

세종갤러리(관장 양미경)가 2년여의 준비 끝에 5일부터 19일까지 마련하는 2002년 기획초청 ‘주재환 특별전’이 그것.

주씨는 이 전시회에서 2002광주비엔날레에서 유네스코 프라이즈 특별상을 받은‘크기의 비교, B-52:빈 라덴’을 비롯해 ‘새’‘미제 껌 송가’‘굿모닝 코리아’‘오늘 밤 춤을 추어요’‘싼%’‘인간의 골맛’‘그 자는 몇 번 출구로 뛰었을까’ 등 신·구작 59점을 선보인다.

‘크기의 비교…’는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보복 공경에 동원된 B-52 폭격기와 9·11 테러의 배후인물로 지목받고 있는 빈 라덴의 실물을 10분의 1 크기로 축소해 설치한 작품으로 미국의 패권주의와 야만성을 폭로한 작품이다.

군작전 트럭에 천상병 시인의 시 ‘새’를 전사한 포토콜라주 ‘새’는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무고한 생명에 대한 해원을 조건 없이 해주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표출한 진혼의 그림이고,‘미제 껌 송가’‘굿모닝 코리아’등은 영미 강대국의 패권주의 이데올로기와 문화제국주의를 통렬하게 풍자한 작품이다.

‘싼%’‘오늘 밤 춤을 추어요’‘인간의 골맛’등은 자본주의의 소비문화와 욕망의 실체, 세태나 문명 비판의 메시지가 그득 담겨있다.

이처럼 잘못된 소비문화, 환경오염, 인권 침해의 문제, 강대국의 패권주의 등을 고발한 그의 작품들은 소름이 돋을 만큼 강렬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미제껌 송가’‘천하통신대장군’‘그 자는 몇 번 출구로 뛰었을까’처럼 만화 같은 제목과 풍자적인 그림들은 간담이 서늘하면서도 유쾌, 통쾌한 맛이 있다.

미술평론가 김현돈 교수(제주대 철학과)는 “(주재환)의 작품은 유쾌하나 가볍지 않고, 진지하나 과격하지 않다. 엉뚱한 발상 속에 끈끈한 삶의 진정성이 묻어 있고, 형식과 사유의 발랄함 이면에 인간에 대한 따뜻한 정감이 흐른다”며 “비감한 시대정신과 냉정한 인생의 성찰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전시개막 5일 오후 6시 30분 세종갤러리. 문의=753-0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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