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손실 무시 행정처분 ‘입맛대로’

제주시 화북 레미콘공장 승인 철회 위법 판결
재판부 “무조건 승인 후 민원 생기자 취소처분”

제주시가 지난 2017년 민원조정위원회를 거쳐 시행한 화북공업단지 레미콘공장 승인 철회처분이 재판을 통해 위법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원조정위원회가 집단민원을 회피하기 위한 초법적 기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어 개선책이 요구되고 있다. 

△공장 승인 철회 “위법”

제주시는 지난 2016년 12월 화북공업단지 내 레미콘공장 신축을 위한 창업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이 사업은 믹서시설 등을 포함해 3개동 규모의 공장시설 등을 신축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시는 지역주민들이 레미콘공장 신축에 집단 반발하자 민원조정위원회를 거쳐 2017년 3월 창업사업계획 승인을 철회했다.

레미콘공장이 들어설 경우 대형차량 통행으로 교통 혼잡과 교통사고, 환경오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승인 철회 사유다.

그러자 레미콘공장 사업자는 제주지방법원에 창업사업계획 승인 철회 취소소송을 제기, 지난해 1심에 이어 이달 항소심에서도 승소했다.

사업자는 “당초 승인 처분에 따라 5억5000만원을 들여 레미콘 제조설비 제작을 의뢰한 상황에서 3개월 만에 이를 취소하는 것은 비례 및 신뢰보호 원칙 위반”이라고 주장했고, 재판부도 사업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화북공업단지는 국토계획법에서 정한 준공업지역으로 주거지역과는 달리 공업의 편익을 증진하기 위해 필요한 지역”이라며 “레미콘공장 승인 철회를 정당화할 만큼 교통·환경 문제 등이 충분하게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행정처분 사유 ‘허술’

제주시가 레미콘공장 사업계획 승인 전 교통과 환경 문제 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사업계획 승인 당시 교통문제나 환경문제가 예견됐더라면 충분히 보완을 명하거나 조건부 승인을 할 수 있었음에도 제주시는 아무런 보완을 명하지도 않고 무조건적인 승인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업계획 승인 철회처분은 제주시 내부에서 자발적으로 하자를 발견해 시행한 것이 아니라 사업예정지 인근 주민들의 민원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레미콘공장 설립 및 운영과 관련한 긍정적 공익도 비교형량 과정에서 고려돼야 한다”며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기는 하나 국민의 주거안정, 주거수준 향상 등 공익에 기여하는 바도 간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제주시는 레미콘공장 사업계획 승인 후 집단 민원이 발생하자 민원조정위원회 결정을 명분으로 내세워 일방적으로 승인을 철회한 것으로 행정 불신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레미콘공장 사업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업계획 제출 후 4년 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했고,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라며 “막대한 손실을 입은 부분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 등을 검토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제주시 관계자는 “사업자와 연락해 레미콘공장 추진 의사 등을 우선 파악한 후 조치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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