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BCT파업 파장 일파만파

B종합건설만 일용직 등 300여명 두달 째 소득 '0' 호소
"4·5월 벌어서 1년 버티는데…일 구하는 것도 감지덕지"
지체 보상금, 후속 공사 불발 등 손해 눈덩이 "상생 절실"  

"처음 몇 주는 전화벨이 울리는 것만 기다렸는데 이러다가는 가족이 다 길바닥에 나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며칠 째 이 쪽도 사람이 많이 늘었다"

농업 현장에 인력을 수급하는 한 용역업체에서 만난 A씨는 애꿎은 담배만 피워댔다. 이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몰라서'하며 급하게 주머니에 넣었다.

A씨는 건설현장에서 목수 일을 한다. 2018년까지는 살림에 꽤 여유가 있었다. 일이 많아서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 없다는 불평도 했었다. 지난해부터 사정이 안 좋아지며 일을 찾기 시작했다. 올해는 연초 계약했던 현장에 나가보지도 못했다. A씨는 "몇 번이나 확인전화를 했는데 아직 타설 작업도 못했다는 답만 들었다"며 "이대로는 올해 벌이가 될지 모르겠다"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시멘트 원료를 운반하는 제주지역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BCT) 파업이 장기화하며 건설 현장이 바닥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50일 가까이 일을 하지 못한 일용직 근로자들이 생계 위협을 호소하고 있는가 하면 올해 건설경기가 이대로 가라앉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외형적으로는 제주 벌크 시멘트 트레일러(BCT)운전자와 시멘트 업계간 갈등이지만 실질적인 피해는 도내 건설현장에서 먼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지역 사회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A씨 같은 사례는 수두룩하다. 마늘 작업이라도 있어서 하루 몇 만원 일당이라도 손에 쥐는 상황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용역사무실에서 손전화만 붙들고 있는 근로자도 적잖다.

공동주택을 주로 짓는 B종합건설만 300명이 넘는 노동자가 철근 가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대로 레미콘 타설이 되지 않으면 자재 부식으로 해체작업을 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재시공할 만큼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어서 걱정이 크다. 전기·설비·창호·소방 등 전문건설업체들까지 비자발적 휴업에 한숨 소리만 커지고 있다. 문제는 당장 공사 중단 상황에 그치지 않는다. 산업 특성상 일용직 근로자 비중이 높아 공사 중단에 따른 보상은 기대도 못하는 상황인데다 6월 장마부터 9월까지 무더위·폭염, 태풍 등 자연재해 변수로 사실상 일을 내려놓아야 하는 등 비수기를 대비해 한창 일해야 할 때를 놓치는 데 따른 위기감이 높은 실정이다.

B업체 관계자는 "비용 부담이 크기는 하지만 다음주부터는 돈을 더 줘서라도 포장 시멘트를 구해 작업을 해볼 생각"이라며 "현장 근로자들이 '어디서 불러만 주면 고맙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상황을 누구에게 호소해야 하냐'고 할 정도로 분위기가 안 좋다"고 귀띔했다.

이어 "현장 앞 식당도 1·2월 잘 버티다 3월부터는 휴업 중"이라며 "도민 생존을 볼모로 한 파업으로 얻을 수 있는 득실을 제대로 따져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제주지역 BCT 화물노동자 32명으로 구성된 BCT 분회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안전운임제'로 제주지역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운송료 현실화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10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제주도의 중재로 대타협기구를 구성하기는 했지만 실마리를 찾지 못하며 현장을 중심으로 한 건설 중단에 따른 파장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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