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도난 신고 불구 수 차례 사건 이관…초기 수색 미흡
떠넘기기 급급 차량 동선 조사 여부는 의문…비난 불가피
순찰 활동 한계도 지적…"한 장소에 있으면 찾기 어려워"

속보=제주에서 숨진 지 수개월이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20대 여성의 시신이 발견(본보 2020년 5월 28일자 5면)된 가운데 경찰 부실 수사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6일 서귀포시 한 도로 갓길 렌터카에서 발견된 A씨(29·여)는 발견 당시 미라 상태로 부패가 상당히 진행되는 동안 수사에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해당 렌터카 업체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월 25일 홀로 K5 승용차를 대여하고 한 차례 연장을 한 이후 반납하지 않자 업체는 경찰에 도난 신고를 했다.

당초 같은해 4월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확인 결과 3월 6일에 제주동부경찰서로 신고를 접수했으며 자체적인 현상금까지 내걸고 차량 수배에 나섰다.

문제는 경찰이 수 차례 해당 사건을 이관하면서 초기 대응이 늦어졌다는 점이다.

최초 신고를 접수한 제주동부경찰서는 관할 지역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주서부경찰서로 사건을 이관했으며 서부경찰서는 피의자인 A씨의 본적지인 육지부 경찰로 또다시 이관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렌터카 업체는 경찰이 차량 수배와 관련한 폐쇄회로(CC)TV 추적 등의 연락은 일절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최종 사건을 이관받은 육지부 경찰에서 유가족을 만났다는 내용의 연락이 전부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이 해당 차량에 대한 이동 동선 수사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여부도 의문으로 남으면서 사건 떠넘기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찰 순찰 활동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 수배 차량이 수개월간 같은 자리에 방치되면서 경찰이 순찰하는 과정을 통해 이를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지만 의심 한번 해보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해당 장소 인근에는 펜션과 가정집 등이 들어섰으며 오히려 펜션 관계자가 장기 방치 차량을 의심하고 렌터카 업체에 연락, 렌터카 업체는 A씨를 최초로 발견해 경찰에 알렸다. 지난해 4월 한 포털사이트 '로드뷰'에는 해당 차량이 촬영되기도 했다.

이처럼 경찰의 안일한 대응과 부실한 수사는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도민 비난은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사건 이관의 경우 피의자의 참고인, 주소지, 주거지 등으로 이송 수사가 가능하다"며 "도난 차량이 이동할 경우 탐색이 용이하지만 한 장소에 멈춰있으면 수색이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서귀포경찰서는 지난 26일 오후 4시12분께 서귀포시 남원읍 한 도로 갓길에 주차된 렌터카에서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나섰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여성은 지난해 초 다른 지역에서 제주로 주소를 이전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주 후 어떻게 생활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가족에 대한 미안함 등이 담겨 있는 유서를 발견하면서 극단적 선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양경익 기자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 희망의 전화 ☎129 / 생명의 전화 ☎1588-9191 /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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