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톨이라도…" 깊은 시름

<2>콩

◁주요소득원인 콩이 해수피해로 거멓게 변하자 한 농민이 복구가 불가능한 콩을 잡고 시름에 잠겨있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마다 농심이 검게 타들어가고 있다. 한달후 수확에 들어가려던 농가들은 바닷물의 염분피해로 검게 타들어가는 콩밭을 보면서도 손을 쓸 방법이 없자 하늘만 바라보며 울화통을 터뜨리고 있다.

콩 수입액에 생활을 의존하고 있는 구좌읍 덕천리와 송당리 농가들은 지금까지 땀흘리며 경작해온 콩이 시커멓게 변해가자 지난 2일부터 방제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한창 여물어가야할 시기에 통과한 태풍의 강한 비바람으로 잎이 모두 뜯겨져 수확이 어렵지만 내년에 파종할 종자 한톨이라도 건져보기 위해서다.

10만여평을 경작하는 김경석씨(49·송당리)는 “꽃이 펴야 열매가 맺을 텐데 강풍 때문에 잎이 다 떨어져 폐작이나 다름없다”며 “밭을 갈아엎고 싶지만 농가부채가 많아 종자라도 건지기 위해 힘을 쏟을 수 밖에 없다”고 가슴속 응어리를 토로했다.

1억이상의 농가부채를 지고 있는 김씨는 올해 종자 확보를 위해 1200만원을 투자했다.

김씨가 예상한 수입액은 1억5000여만원. 이 돈으로 5남매의 1년간 자녀 학자금 2000만원과 연말에 갚아할 영농자금 300만원, 외상으로 가져온 비료값 1000만원, 생활비 1200만원과 영농부채의 일부를 갚을려고 했지만 태풍으로 김씨의 계획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특히 이 지역은 다른 대체작물이 전혀 없어 콩농사를 망치면 1년동안 농경지가 쓸모없이 방치할 수밖에 없어 농가들은 더욱 절망하고 있다.

한경면 고산리 한장동의 너른 농경지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루사가 제주를 강타한 31일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56.7m로 도내 기상관측 사상 최고를 기록하는 등 강풍과 염분피해가 극심하다.

3일 현장에서 만난 김창용씨(51·한장동)는 “폐작이나 다름없어 방제작업도 하지 않고 있다”며 “5000평을 갈아엎고 다른 작물로 전환하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며 한숨을 내쉈다.

김씨는 올해 1억여원의 융자를 받고 1만여평에 콩을 경작해 3600만원의 수입을 예상했었다. 그러나 피해가 워낙 커 25%의 경작지에서만 수확이 가능하다. 예년같으면 300가마 정도 수확을 해 3남매의 학자금과 생활비를 충당했었다. 그러나 올해는 수확자체가 어려워 종자값 150만원조차 건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북군지역 전체적으로 피해를 입은 콩 경작지는 147만평(4900ha). 무엇으로 추석명절을 지내고 추운 겨울을 나야할지 농가드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김씨는 “정말 농사를 포기해야 하나라는 생각 밖에 없다”며 “어떻게 해야할지 앞길이 막막하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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