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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담론] 지금 이 순간문순덕 제주연구원 책임연구원·논설위원
문순덕
입력 2020-05-31 (일) 20:18:01 | 승인 2020-05-31 (일) 20:20:31 | 최종수정 2020-05-31 (일) 20:19:10

먼 훗날 시간 여행자들이 2020년을 들여다본다면 바이러스와 격렬하게 싸웠던 시대라고 해석할까? 하물며 돌하르방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니?

지금 세계인들은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또한 사람들이 온라인 세계에 진입해서 적응해야만 살아남을 것 같은 조급함을 조장하는 사회 분위기도 형성되어 있다. 나 또한 이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느라 온라인 접속에 길들여지고 있다. 덕분에 평소에 좋아하던 뮤지컬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넘버1로 유명한 '지금 이 순간'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뮤지컬 원작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이다. 아마도 청소년기에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이 노래는 부르는 사람의 현 상태를 대변하는 것 같고, 사람들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고민하게 만든다. 이 노랫말은 지금 바로 오늘이 자신이 원하고 바라던 행복의 정점이고, 이 순간을 향해 달려왔음을 전달해 준다.  

인생은 순간이라는 점이 모여서 인생길이라는 선을 만들어 간다. 태어날 때 찍은 한 점은 쉼표이고, 세상과 이별하는 순간에는 마침표가 찍힌다. 이처럼 순간이 모여 연속성을 지닌 시간을 만드는데, 사람들은 그 순간을 가벼이 여긴다.  

'오늘 할 일은 내일로 미루지 말라.'라는 말을 들은 사람이 많을 것이다. 또한 난관에 부딪혔을 때 자신을 독려하면서 이 말을 곱씹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오늘 할 일을 오늘 처리할 수 있다면 이런 말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격언과 속담은 그렇게 하기를 바라는 해당 공동체의 희망이 반영되어 있다.

사람들은 매 순간 무엇인가 고민하고, 어떤 일이 닥치면 일을 해결하거나 그러지 못할 때는 미리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을 안고 지낸다. 사실 지금 문제를 해결하거나 성실하게 살지 않으면 내일도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머리로는 알고 있으나 가슴으로는 인정하기 싫어서 회피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현실도피라는 말을 한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소식을 접하면 '나 말고 누가 해결해 주겠지, 또는 당사자가 잘 해결하겠지.' 하는 희망고문을 한다. 그런데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많은 문제들이 짧은 기간 내에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내 삶이 즐거운가, 우울한가는 자신만이 알 수 있다. 그 이유 또한 분명하다.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자신이 바라는 대로 진척되지 않으면 우울하고, 잘 해결되면 즐거울 것이다. 세상살이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은 자명하다. 매일 순간마다 즐겁고 행복할 수는 없다. 즐거운 일이 있으면 불편한 일도 생긴다. 

나와 벗하겠다며 덤벼드는 불안감이 격렬하게 거부할 정도로 나쁜 것도 아니다. 내 삶의 긴장감은 불안과 걱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불안감은 내가 원하는 시간에 마음대로 버릴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그림자처럼 나와 같이 지낸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기를 극복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기쁨을 맛보는 것이다.  

내일은 불확실하다. 그래도 사람들은 내일에 희망을 걸고 오늘을 살아간다. 오늘의 문제를 정면 돌파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오늘이 자신이 고대하던 희망이 순간이 된다. 지금 이 순간은 미래의 출발점이라기보다는 어제의 도착점이다.    

지금 이 순간을 회피가 아니라 도전의 시간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다양한 사회관계망을 벗어나기 어렵다. 그래서 대인관계나 사회적 관계 유지에 필요한 사회성과 사교성이 '있다 없다 좋다 나쁘다' 등으로 평가한다. 

그 평가는 전적으로 독자의 몫이다.

문순덕  webmaster@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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