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기금 투입 효과 있나 없나

한은 제주본부 소비자전망지수 지출 전망·경기 판단 '설설'
소비자물가 세금 영향 제외 일제히 올라 체감 경기 감감

긴급재난기금 투입으로 코로나19로 빙하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 제주 경제 밑단에 볕이 들었다. 하지만 '봄'을 외치기에 소비 회복 속도가 더딘 데다 국제유가 하락과 복지정책 확대 영향을 걷어내면 장바구니 물가가 들썩이는 등 온기가 부족한 상황이다.

△긴급생활지원금에도 소비심리 ↓

2일 한국은행 제주본부의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5월 중 제주지역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8.5로 전달에 비해 0.3포인트 하락했다. 전국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대비 6.8포인트 상승한 77.6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제주 지역 소비심리가 상대적으로 경직된 상태로 해석된다. 특히 4월과 5월 지자체와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이 투입된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치다. 제1차 제주형 재난긴급생활지원금만 12만3283세대·401억원이 수혈됐다.

지난달 말까지 제주에 풀린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은 28만1323가구·1792억원)이다. 이런 상황에도 현재생활형편CCSI는 73으로 4월(76)보다 오히려 3포인트 떨어졌다. 6개월 후를 감안한 생활형편전망CCSI는 82로 전달 대비 1포인트 올랐지만 가계수입전망CCSI는 4월 85보다 3포인트 떨어진 82에 머물렀다. 소비지출전망CCSI 88로 코로나19 충격이 컸던 3월(85)이후 반등세를 이어갔지만 지출 항목은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다. 내구재(-5)와 의류비(-3), 여행비(-2) 등 경기 민감 품목 지출은 일제히 줄였다. 교육비(-1) 지출도 자제했다. 외식비(+2)를 조금 더 쓰겠다는 의향만 확인했다.

긴급생활지원금으로 5월 현재경기판단CCSI(36)이 전달보다 회복(+4)됐지만 30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를 전했다.

△소상공인·전통시장 분위기 ↑

제주지역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경기는 긴급생활지원금 효과를 봤다. 상당 부분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영향으로 관광객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제주지역 소상공인의 체감경기 실사지수(BSI)는 87.0으로 전월(62.3)보다 24.7포인트 올랐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제주지역 소상공인들의 체감경기 BSI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를 직접적으로 받기 시작한 2월 35.7로 추락한 이후 3월(37.7)까지 살아나지 못했었다. 5월 상황은 2·3월과 비교하면 '살 것 같은'수준이다.

지난달 제주지역 전통시장 상인들의 체감경기 BSI 역시 107.4로 전월(83.0)에 비해 34.4포인트나 급등하는 등 전국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2월(21.3)과 3월(29.8) 부진 상황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좋아졌지만 '피부로 느끼는'정도일 뿐 실제 경기가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6월 제주 골목상권 경기전망 BSI는 104.5로 전월(96.8)보다 7.7포인트 올랐다. 전통시장경기전망 BSI는 105.3로 5월과 같았다.

△물가 부담 지갑 열기 '고민'

소비절벽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는 아직 시기상조란 분석이 우세하다.

제주지역 소비자물가지수가 두 달째 하락세를 이어갔지만 국제유가 하락 영향을 받은 휘발유과 경유 등 공업제품과 긴급보육 등으로 유치원 납입금이 줄어든 것을 제외하면 하락세를 느끼기 어렵다.

지출목적별로 휘발유(-8.5%)와 등유(-6.2%), 자동차용 LPG(-11.4%) 등 기름값 인하 영향을 받은 교통 물가(-2.2%)와 난방·가정용 등유(-15.7%)·취사용 LPG(-7.1%) 가격 하락으로 전달 대비 –1.4% 떨어진 주택·수도·전기·연료 물가, 유치원납입금만 20.9% 내려간 교육 물가(-0.2%)를 빼면 오름세를 탔다.

식탁물가와 밀접한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가 전달보다 1.3%, 국내단체여행비와 운동용품 등 오락 및 문화가 0.1%, 일부 커피(외식 1.3%)와 호텔 숙박료(2.1%)가 5월 인상 대열에 올랐다.

지난해와 비교해 구내식당비가 3.9%, 휴양시설 이용료가 22.0% 올랐는가 하면 각종 학원비가 오른 상황을 감안할 때 소비자 물가가 내려갔다는 체감은 어려웠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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