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분쟁에도 정부 ‘구경만’

파업후 3차 교섭 진행했지만 국토부 관계자 전부 불참
제주도 중재안 한계 전망…권한이양 등 제도개선 필요

제주도내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 운전자 파업 사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제주도가 4차 교섭 때까지 중재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지만 강제력이 없어 한계가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안전운임제를 시행한 국토교통부는 사실상 무관심으로 일관, 비난을 사고 있는 실정이다.

△교섭 결렬로 갈등 악화

BCT 운전자들이 파업에 들어간 것은 지난 4월 10일부터다. 2개월 가까이 흐르는 동안 BCT 운전자와 시멘트 제조사간 3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도내 관급·민간공사가 무더기 중단되고 일용직 근로자들이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지만 안전운임 인상을 둘러싼 갈등을 오히려 악화되는 형국이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지난 4일 보도자료를 통해 “BCT 차주의 무리한 운임 인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화물연대 BCT 차주측 주장에 따르면 제주도내 BCT 차주의 2019년 1인당 월평균 수입은 841만원”이라며 “BCT 차주측이 요구한 55% 인상안을 반영할 경우 월수입은 무려 1300만원이며, 1년으로 환산하면 1억5600만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또 “BCT 차주측의 운송 수입 보장 요구는 제주도내 건설업 관련 종사자의 통상 소득과 비교해도 과도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민주노총 제주본부 및 화물연대 제주지부 BCT분회가 이날 반박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시멘트협회는 거짓 주장으로 파업 장기화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맞섰다.

이들은 “화물노동자 개인 몫으로 한 달에 나가는 비용만 약 700만원”이라며 “단순히 계산해도 한 달에 남는 돈은 고작 130만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껏 제주에서 남긴 이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건설경기 침체에 따라 운임하락을 감내하라는 주장은 탐욕의 다른 표현”이라며 “시멘트회사는 파업 장기화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교섭에 임하라”고 촉구했다.

사진= 연합뉴스

△제주도 중재 한계 우려

이처럼 BCT 운전자와 시멘트 제조사간 갈등이 악화되자 제주도는 4차 교섭 때까지 중재안을 마련키로 했지만 한계가 예상된다.

제주도 중재안을 거부하더라도 규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월 안전운임제를 공표한 국토부는 침묵하고 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정해진 안전운임 공표는 국토부장관 권한이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지난 5월 20일과 28일, 6월 2일 진행된 BCT 운전자와 시멘트 제조사간 3차례 교섭에 전부 불참했다.

결국 심각한 제주지역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제주도가 중재 역할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BCT파업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국토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며, 제주도 역시 재발방지를 위해 국토부 권한을 이양 받는 등 제도개선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 관계자는 “조만간 4차 교섭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 전까지 중재안을 마련해 제시할 예정이지만 수용 여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경영자총협회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직권 중재안을 마련 중인 제주도는 양측이 제시한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조정안을 제시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멘트업계는 BCT 차주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단거리운송에 대한 배려를 해줄 것을 바란다”며 “BCT측도 파업으로 중단된 도내 건설현장과 관련업계, 일용직 근로자 등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을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김경필 기자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