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규 제주대 교수·논설위원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본인을 증명해야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코로나19'로 누구나 필수품이 된 마스크를 약국에서 구매할 경우에도 우리는 본인이 맞음을 증명해야 한다. 주민센터에서 증명서를 발급받을 경우에도 본인 확인을 해야 한다. 이런 본인확인을 하는 방법은 '주민증', '운전면허증' 혹은 여권 등 국가기관에서 발급된 '공인(公認, 공적으로 인정된) 증명서이다. 나의 신분을 국가가 확인해주는 셈이다.

이런 공인증명방법은 우리에게는 당연하고, 사회적으로도 신뢰를 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이런 증명방법이 오늘날과 같은 온라인시대에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개인 간의 온라인 거래나 은행과 개인 간의 온라인 금융거래와 같은 경우에는 상호간의 자체적인 검증만으로도 가능한 영역이며, 이들 주체들의 약속에 의해서 다양한 본인 확인 가능한 영역이다. 이렇게 온라인이 대세가 되어가는 다양한 영역에서도 우리는 과거의 '公認'이라는 단어를 들어야만하고 사용해야 했다. 로 우리에게는 낯익은 '공인(公認) 인증서' 때문이다. 한국국가기관에서 인정하는 증명을 온라인에도  사용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예전에 인기드라마의 주인공이 입은 옷이 인기를 끌면서 외국에서도 구매요구가 많았으나, '공인(公認) 인증서' 때문에 구매가 불가능한 사례가 생긴 것이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공인(公認) 인증서'를 발급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공인인증서는 전자상거래용 인감증명서로 지난 1999년 도입됐다. 인터넷 뱅킹부터 증권, 보험, 전자상거래 등에 널리 쓰이고 있지만 까다로운 발급절차, 취약한 보안, 1년의 짧은 유효기간, 취약계층의 접근 장벽 등이 문제로 꼽혔고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정부는 2015년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을 폐지했으나 공인인증서 사용 비중이 줄지 않자 정부가 직접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2018년 국회에 제출했고, 이 개정안이 202년 5월 20일 국회에서 통과됨으로써 '불편함의 대명사'로 통했던 '공인(公認) 인증서'가 도입 21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공인인증서'의 독점 기능을 없애는 것이다. 민간 인증서도 기존 공인인증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술적으로 뒤처진 공인인증서는 신기술에 밀려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국가의 정책에 의해서  사용자 편리성을 제공하는 다양한 새로운 인증기술의 사용제한이 해소된 것이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뒤진 인증기술 시장에서 공인인증서의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서 다양한 기술의 활용으로 '인증기술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사설 전자서명 서비스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민간기업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의 '카카오페이 인증', 이동통신 3사(SK·KT·LGU+)가 운영하는 '패스', 은행권이 만든 '뱅크사인' 등이 있다. 모두 불편한 인증 단계가 없고, 편리한 처리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복잡한 공인인증서 대신 본인 명의 모바일 기기로 생체 인식하거나 핀번호를 누르는 등의 방식이다. 새로이 나타난 대부분의 기술의 핵심은 사용자의 편리성을 최대한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의 사회는 어쩌면 온라인이나 정보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중앙이나 지방정부의 정책시행에 있어서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과거의 관행이나 생각을 탈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에 시행하던 혹은 지금까지의 제주도의 정책결정 방향도 이에 무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새로이 전개되는 첨단기술사회에서는 지금까지의 정부주도의 정책 결정으로 경쟁을 통한 기술이나 서비스의 발전을 가로막는 일이 최소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주지방정부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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