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주 사단법인 제주올레 상임이사·논설위원

서귀포 시내에서 마주치는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바다를 가깝게 볼 수 있는 포구로 가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다. 해수욕장이 없는 서귀포 도심이니 바다를 가까이서 보려면 서귀포항으로 내려가는 것이 좋다. 그러나 서귀포항은 포구로 드나드는 통로가 그야말로 상가 사이에 낀 좁은 골목이라 마치 상가 뒷마당으로 숨어드는 기분이 들게 한다. 새섬이 한눈에 들어오는 부두는 튼튼한 철재 울타리로 가로막혀 있다. 울타리 안쪽은 가설 건축물과 수없이 주차된 자동차들이 서귀포항을 주차장으로 전락시키며 '자동차'들만 그 풍광을 독점하게 만들고 있다. 주민인 필자도 서귀포항으로 들어서기가 쉽지 않은데 여행자에게 찾아가라 하기도, 설령 찾아간다 해도 볼썽사나운 주차장 몰골뿐이니 민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길을 지날 때면 늘 '저 감옥 같은 쇠창살만 없으면 아름다울텐데'라고 탄식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서귀포항의 철재 울타리를 걷어내자는 움직임이 시민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제주상공회의소 서귀포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서귀포 지역 30개 자생단체가 '서귀포 미항 살리기 위한 범시민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서귀포 30개 단체들은 서귀포항의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서귀포수협 위판장에서 제1부두 입구까지 약 3백미터 구간의 철재 울타리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서귀포항의 울타리를 제거하면 서귀포항과 새섬, 서귀포 매일올레시장을 잇는 새로운 문화·관광·예술 실크로드를 조성하고 서귀포시의 공원, 자연, 경제 발전이 함께 공존하는 아름다운 서귀포시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주도청이나 서귀포시청에서도 시민들이 의견을 수렴해 오면 철거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이 울타리는 진작에 철거했어야 하는 시설물이다. 과거 서귀포항이 무역항에 지정되면서 해외로 드나드는 배를 보호하기 위한 보안시설로 설치했지만, 보안구역에서 해제된 지 오래다. 물론 2011년 감사원이 무사증 입국제도를 유지하는 제주도에서는 연안항에 철재 울타리를 설치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한 바 있다고는 한다. 그러나 철재 울타리가 외국인 불법 입국을 통제하는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불법 어선이 서귀포항으로 들어왔다가 '앗 철재 울타리다!' 하며 돌아가기라도 한다는 것일까. 법적으로도, 기능적으로도 쓸모가 없는 울타리일 뿐이다. 

서귀포항에서 철재 울타리가 하루빨리 철거되기를 소망한다. 포구와 부두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새섬과 서귀포 앞바다를 거리낌 없이 보고 싶은 개인적 욕심 때문만은 아니다. 관광지에서 여행객을 유인하기에 바다만한 '무기'가 있을까. 세계 최고의 항구도시로 꼽히는 나폴리조차 부럽지 않은 자연환경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쇠창살에 막혀 그 환경을 활용하지 못해온 것이 서귀포 관광업계의 처지였다. 아름다운 바다 풍광에 둘러싸인 포구를 가지고 있어도 활용할 수 없어 좁은 도심의 재래시장 한 곳으로만 관광객을 불러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서귀포항의 철재 울타리를 철거하고 서귀포항 일대의 풍광을 정비할 수 있다면 서귀포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훨씬 길어지고 잦아질 것이 분명하다. 

여름철 한치잡이 배가 포구로 들어설 때면 부두 곳곳에 한치를 먹을 수 있는 노천시장이 만들어지고, 서귀포항 포구에 앉아 노을 지는 새섬과 새연교의 석양을 바라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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