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상 서귀포시장애인단체연합회 사무처장

검정색정장 차림으로 부지런히 손을 움직이며 한껏 과장된 표정을 짓는 사람. 그런 모습이 때로는 신기하고 때로는 우스꽝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 사람. 뉴스 화면 하단의 동전만한 구멍 안에 존재하던 수어통역사들이 그 조그만 구멍 밖 세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사회적으로 많은 부분이 변화되었고 앞으로도 변화는 계속되겠지만 동전만한 구멍 안의 수어통역사가 구멍 밖으로 나와 브리핑 연단에 올라서게 된 것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려와 관심이 얼마나 변화되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권고 수칙에 따라 개인 간 거리 유지에 유념하고 방역수칙을 지킴으로써 우리나라는 전 세계가 놀라워하는 방역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는 어쩔 수 없는 경기 불황을 야기하였고 우리는 줄어든 소득에 절망하고 또한 외출과 모임이 제한되는 불편한 일상에 답답해했다. 어찌보면 우리들은 그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하여 장애 체험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태어나면서부터 평생을 혹은 장애를 가지게 되는 순간부터 현재까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사람들, 그들이 바로 장애인이다. 

그들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소득과 일자리는 부족하였고 일상생활은 불편했다. 심지어 장애 인식의 향상으로 안착돼 가던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돌봄)라는 복지서비스가 코로나-19 이후에 개점휴업 상태와 다름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거리감 있던 장애인들이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두가 거리감을 느끼는 이 시대에는 거리감을 넘어 고립의 단계로 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코라나-19로 인한 돌봄 사업 축소 혹은 중단으로 가정에서 직접 돌봄을 하던 발달장애인 가족의 극단적 선택이 있었고 이 같은 문제는 제주 뿐 아니라 광주에서도 발생했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19를 이겨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언제까지고 일상을 멈춘 채 바이러스의 공격을 두려워하며 집안에서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대중교통, 여행, 관광의 변화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관건이라고 한다. 거리두기가 일상화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그간 충분히 소외되었고 넘치게 외로웠던 우리의 이웃인 장애인들이 더욱 심한 고립의 단계로 들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필자의 터무니없는 기우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모두가 힘들다고 할 때 장애인들은 더 힘들다. 그리고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을 필요로 한다. 티브이 화면 동전 크기의 동그라미 안에 있던 우리의 이웃을 동그라미 밖 세상으로 데리고 나올지 아니면 그들의 머무는 동그라미 세상을 더 작게 만들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갈 우리 모두에게 그 책임과 역할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하여 우리가 느꼈던 절망감과 불편함을 장애이해의 밑천으로 삼아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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