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휘기업> 현재웅 ㈜한라산소주 대표

코로나19가 세상을 바꿨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접근 방식에 있어 수많은 변화가 이뤘다. 제주 경제의 미래전략에 있어 셈법이 복잡해졌다. 그동안 익숙했던 방식으로는 포스트코로나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얘기도나온다. 제민일보는 앞으로 제주 미래 발전에 필요한 경제 리더십을 ‘불휘’ ‘여성’ ‘스타트업’ ‘융·복합’으로 나눠 제주 현장 경제인들에게 듣는다.

2014년부터 경영 일선에…고비·시행착오 통해 해법 모색
‘70년 4대’=‘오래 시간 지역과 호흡하며 쌓아 올린’ 의미
코로나19 이후 “명확한 비전 설정·공유로 함께 이겨내야”

1950년 호남양조장을 시작으로 올해 70주년, 제주라는 무대에 단단히 뿌리 내린 ㈜한라산소주를 찾았다. 지난 2014년 3월부터 ‘4대’의 무게를 짊어진 현재웅 대표(43)지만 코로나19는 제법 맵다. 대표직을 맡고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 같은 변수가 매년 등장했다. 각종 개발 바람과 순유입인구 증가로 2017년까지 증가세를 보였던 내수시장이 흔들린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변화는 영업실적으로 읽을 수 있다. 현 대표는 “지난달 미국 수출을 재개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계약을 끝낸 부분”이라며 “내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 외에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중화권 시장 진출 계획을 추진했다. 계약만 하면 되는 상황인데 코로나19로 다 미뤄졌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수도권 유흥업소를 통한 전파 사례 등이 겹치며 지역내 판매량도 줄었다. 소주 시장이 대기업 중심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까지 신경 쓸 부분이 늘었다. 그만큼 ‘현장’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현 대표는 “소비시장에 다양성이란 것을 무시하기 어렵다. 선택권이 늘어난 소비자들에게 ‘지역 제품’충성도를 요구하기도 힘들어졌다. 그래서 판촉 방법도 바꿨다”고 귀띔했다. 무슨 말인가 했지만 현장에서 만난 현 대표의 차림에서 바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현 대표는 격식 보다는 당장 어디든 뛰어갈 수 있을 정도의 텐션을 유지했다. 그리고 책임감에 대한 철학을 풀어놨다.

‘4대 향토기업’이란 수식어가 무겁지 않을 리 없다. 더 잘하려는 욕심이 없던 것도 아니지만 그것이 경영 목표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 대표는 “처음 한라산소주에 입사했을 때는 내가 직원 중 가장 어렸었지만 지금은 중간 이상은 되는 것 같다”며 “비전은 성과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갈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정확히 설정하고 구성원 모두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연결하면 한 맥락이다. 2018년 신공장 준공을 전후해 성장폭이 둔화됐다. 경기 둔화에 워라벨 문화 확산 등 복합적 이유가 작동했다. ‘지역 대표 소주’라는 타이틀만으로 버티기에는 시장 분위기도 시시각각 달라졌다. 그 때 현 대표가 선택한 카드는 다름 아닌 사람(소비자)과 사회적 책임이었다. 각종 홍보물을 동원하던 판촉은 ‘요즘 우리 소주 어떠냐’고 직접 묻는 것으로 바뀌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야 한다는 판단에 따랐다. 공장 내 투어 코스 운영으로 제품의 우수성을 직접 알리고 소비자 신뢰를 얻는 기회도 만들었다. 최근에는 유튜브 등 온라인 접촉면도 확대했다. 당기순이익의 30%를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약속도 충실히 지키고 있다.

현 대표는 “‘4대’는 그냥 얻을 수 있는 이름이 아니다. ‘그만큼 오래 지역과 호흡하며 쌓아 올린’것들의 무게가 무거운 이유”라며 “지역 대표 향토기업은 자부심이 아니라 기업윤리와 품질을 포함한 기본 원칙과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분히 고민하는 자세를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상이 바뀐다고 지켜야 할 것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현 대표의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는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