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챕터 대표·논설위원

코비드-19 팬데믹 사태로 가장 심대한 타격을 받은 업종 가운데 하나가 관광업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위기가 심화되던 올 3월 우리나라 내방 관광객 증가율은 94.7%, 해외행 증가율은 94.8% 급감했다고 한다. 심지어 호텔객실이용율은 5% 미만으로 추락했다.

관광산업에 대한 코비드-19의 직격탄은 국경을 넘어 심각한 상황

해외로 눈을 돌리면 관광업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스페인(15%), 이탈리아(13%), 그리스(21%) 등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EU 관광위원회의 추산에 따르면 이번 팬데믹 사태로 EU 관광업은 최소 1/3의 일자리를 단기적으로 잃게 될 것이라 한다. 국제통화기금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채 가시지 않은 이 3개국의 올해 GDP는 작년 대비 각각 8%, 9.1%, 10% 감소할 것으로 내다 볼 정도다.

관광업의 지역경제 비중이 큰 제주 역시 직격탄을 맞은 형국이다. 제주도관광협회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입도관광객은 약 5백8십만명에 그쳐 지난해 동기간 입도관광객(약9백4십만명)에 비해 62% 추락했다.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중국발 입도관광객의 급감이다. 올 4월까지 입도한 중국관광객은 약 9만9천명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약 2십8만명)에 비해 64% 추락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올 4월 중국 관광객 수가 300명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작년 4월 7만명을 웃돌았던 수치를 보면 코비드-19 사태 와중에 제주의 중국발 관광산업은 사실상 멸절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관광산업 회복세 동향 및 기대

제주 관광업계에 그나마 다행일 수 있는 소식 가운데 하나는 중국의 여행자동향(traveler sentiment)이 5월 중순 이래 긍정적 선회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컨설팅 펌 매킨지의 글로벌 여행섹터 연구·보고에 따르면 5월 중순 들어 중국의 항공승객 통계는 작년 동기간 통계치의 50% 수준을, 호텔객실점유율 역시 60% 선을 회복했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52%는 올 여름에서 가을 시즌에 걸쳐 여행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이 보고서에는 팬데믹이 초래한 여행자 선호 측면의 변화 양상도 드러난다. 사람이 몰리는 대규모 접객·휴양지 선호도가 뒤로 밀린 반면 가족 중심의 풍광 감상, 식도락 여행 형태가 일순위로 꼽혔다. 적극적으로 올 여름·가을 시즌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답변자 군의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볼 때 35세 이상으로 자녀를 둔 기혼자가 가장 많았다는 사실에서도 중국 관광업의 회복은 가족 여행객이 큰 몫을 차지할 것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여행자동향도 최악의 상황은 면하지 않겠냐는 희망을 품게 한다. 5월 마지막 주에 공개한 컨슈머인사이트의 ‘여행행태 및 계획조사’에 나타난 국내여행 지출 축소·확대 의향을 보면 국내여행 지출을 줄일 것이라는 의견은 38%, 유지하거나 늘릴 것이라는 의견은 각각 35%, 27%에 달했다. 여전한 위기 속에서도 여행 지출을 줄이지 않을 것이라 답한 60%가 넘는 여행소비자들을 동력으로 관광업의 회복을 기대해 볼 수도 있겠다.

관광산업의 회복세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결국 수요를 견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물리적 접촉을 최소화하고 안전의식을 제고할 수 있는 엄격한 프로토콜을 마련·시행하는 것이 급선무다. 여행소비자에 대한 유연하고 다양한 여행상품 등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행계획 수정, 취소 등이 초래할 수 있는 소비자 리스크를 통제하고 여행자 세그먼트를 세밀화하여 더욱 정교한 가격 정책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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