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하늘이 전하는 소식

벌써 한 해의 반을 달리고 있다. 어쩌다 시간만 간다. 코로나19가 얼마나 흔들어댔는지 봄이 다 갔는데도 꽃 구경 한번 못했다는 말이 들린다. 꽃이 다 무엇이냐며 사람 구경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다. 창문을 열어도 후끈한 기운에 이제 여름인 걸 알았다는 말이 남 일 같지 않다.

생각해보면 마냥 씁쓸하다. 아직 반년이나 남았는데 지금까지 뭘 했을까.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걱정에 한숨 내쉬는 날이 늘고, 정부나 지자체 지원을 받기 위해 수십장의 서류를 작성하고 내려 보는 일이 늘어서, 그래서 목이 뻣뻣해지고 어깨가 결릴 지경이다.

'하늘 한 번 볼래'하는 말은, 놀라우면서도 반갑다. 코로나19로 비대면서비스가 늘 어나고 봄에서 여름, 다시 가을까지 하루가 멀다고 열렸던 문화행사·축제가 하나 둘 사라지며 하늘이 멀어졌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나마 고마운 것은 익숙해 느끼지 못했던 공해 같은 것이 사라지며 별빛에 힘이 실렸다는 점이다.

도시의 밤에 유독 별이 설 자리를 잃는 것은 화려한 네온사인 탓만은 아니다. 쉴새 없는 자동차 행렬,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의 행적이 만든 무수한 먼지와 티끌들이 인공불빛을 만나 만들어내는 광공해가 별의 힘을 뺐는다. 그나마 요즘은 조금 낫다는 말이 들린다. 의초롭게 여름 하늘 자리를 지키는 별 무리가 말을 건다.

낮지만 부드러운 음색으로 '나랑 별 보러 가지 않을래'묻는 대중가요가 무한 재생된다. 바로 그 느낌이다. 낮동안 너나없이 치열했던 것들이 숨을 고르는 사이로 바람이 수은주를 붙들고 시계바늘도 째깍이던 목소리를 낮춘다. 그 때 하늘이 반짝인다. 긴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가는 길, 순간 생각나는 누군가의 이름을 떠올린다. 그리고 묻는다. "잠깐 나올래. 가볍게 겉옷 하나 걸치고서 나오면 돼. 너무 멀리 가지 않을게. …멋진 별자리 이름은 모르지만, 나와 같이 가줄래". 다행이 여름 별자리는 생각보다 이런 저런 '말'이 많아 고맙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은하수만으로도 충분히 청량하다. 

유난히 '쉽니다' '취소합니다' '제한합니다'가 많은 여름이다. 지금 한창일 반딧불이의 군무도 올해는 직접 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지난 기억에서 찾아야 한다. 해수욕장을 예약제로 운영한다는 말도 나온다. 숨을 돌리고 나니 가을이더라는 말이 나올 판이다.

가능한 집에 있으라던 봄도 견뎠는데 여름을 못 버틸까 싶지만 혼자서는 힘들다. 뭐든지 너무 오래, 억지로 품고 있으면 제때 제대로 못 쓴다. 그러니 한 번 물어주자. '하늘 한 번 볼래'. 마침 여기저기 하늘 볼 일이 있다는 말이 들린다. 그래, 같이 보자. 나의 하늘이 너의 우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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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1일 오후 2020년대 관측할 수 있는 마지막 부분일식이 일어난다. 달이 해의 일부를 가리는 부분일식은 우리나라 모든 지역에서 관측이 가능하다. 그 중 제주에서 관측되는 달에 가려지는 태양 면적의 비율이 가장 클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다음 부분일식은 오는 2030년 6월 1일이다. 제주에서 부분일식을 관측할 수 있는 시간은 오후 3시53분부터 오후 5시경까지다. 

일식은 태양과 달, 지구가 일직선으로 놓을 때 달에 의해 태양의 일부 또는 전부가 가려져 보이지 않는 현상으로 지구에서 보는 달과 태양의 크기가 비슷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면 개기일식, 태양의 가장자리만 남겨둔 채 가리는 것은 금환일식, 태양의 일부분만 가릴 때는 부분일식이라고 한다. 

일식은 태양이 1년동안 지나가는 지구 공전궤도면과 달의 공전궤도면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기에 아주 드물게 일어난다. 보통 1년에 2~3회 관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위도가 높아 관측하기 어려우며 일식이 발생해도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아닌 부분일식을 관찰할 수 있다.

일식현상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태양안경 혹은 태양필름을 붙인 천체망원경, 여려 겹의 짙은 셀로판지 등을 활용해야 한다. 특히 태양필터를 사용하지 않은 망원경으로 태양을 볼 경우 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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