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웅 「괴물들」

10년 동안 벌어진 인간 탐욕 풍자
단편만화 열다섯 편으로 수록

한국의 역사를 만화로 기록하는 만화가 박건웅의 신작 「괴물들」은 2008년부터 시작된 이명박·박근혜 정권 10년 동안 벌어진 인간의 탐욕, 침묵, 자본, 계급 문제들을 다룬 시사풍자 만화책이다. 

노근리 사건, 5·18 광주항쟁, 일본군 '위안부', 사대강, 비정규 노동자, 종교 문제, 세월호처럼 지금 우리 사회에서 꼭 이야기해야 할 주제들을 단편만화 열다섯 편으로 담았다. 

저자는 한 컷, 한 컷에 진실을 담아 세상의 숨겨진 이야기를 기록한다. 이 책은 흑과 백의 대조로 세상의 명과 암을 만화로 이야기하는 저자의 첫 단편집이다. 

이 책은 정치적 무관심이 팽배했던 지난 10년의 기록이다. 권력과 인간의 탐욕을 날것으로 들여다보고,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비록 잊혀진 사건과 흘러간 기억이라 하더라도 인간의 존엄성이 파괴되는 세상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시대를 기록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작가는 그것이 자신의 소명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2004년 만화를 시작하고부터 지난 15년 동안 비전향 장기수 이야기, 1980년대 독재 정권의 고문을 고발한 김근태 이야기, 국민보도연맹 사건, 인민혁명당 사건,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 이야기 등 우리 역사의 어두운 면을 묵묵히 그려 왔다.

이렇게 해마다 300쪽이 넘는 장편만화를 꾸준히 그리면서도 틈틈이 단편만화도 그려, 그 작품 수가 100편이 넘는다. 때로는 한 컷의 촌철살인인 풍자 만화로, 때로는 우리 모습을 빗대어 만든 판타지 스토리텔링 만화로, 형식도 서사도 자유롭다. 원작을 바탕으로 하거나 실제 역사를 되살린 장편만화와 달리, 단편만화에는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온전히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작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할 때마다 팬들에게 많은 공감과 지지를 받았다. 그중에서도 특정 시기가 되면 다시금 소환돼 사랑받는 작품 열다섯 편을 뽑았다. 단편마다 주제와 내용에 따라 먹, 펜, 매직 등 그림 재료와 기법, 연출을 달리했다. 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칼이나 총이 아니라 권력을 조롱하는 펜이라는 말처럼, 저자는 진실을 기록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보리·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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