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서 ㈜아이부키 대표·논설위원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 건강한 자기 존중감이 삶의 토양이다. 자신의 고유한 삶을 개척하기 위해 아이들이 섭취해야 할 양식이요 삶의 기초이다. 특정한 기능이나 기술이 삶의 토대가 될 수는 없다.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이 자신감 없어 할까봐 이것저것 가르쳐야 한다고 반박한다. 수학 영어 미술, 남들한테 떨어지면 기죽을 테니까 적어도 남들만큼 학원 보내서 자신감을 길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는  일시적으로 부모의 위안을 삼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코 아이의 자신감을 길러줄 수는 없다. 그런 생각 자체가 자기방어적이고 자신감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으로 아이들을 대하면 아이들도 비교하고 두리번거리게 된다.  

눈치보지 않게 키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 부모가 눈치봐서는 안 된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두리번거리는 교사는 아이에게 자신감을 가르칠 수 없다. 자존감은 교육의 가장 주요한 주제다. 자존감이 있어야 자신의 삶을 일관성이라는 궤도에 올릴 수 있다.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다.

자존감은 일관성을 만들고, 일관성은 단단한 생각의 알맹이를 만든다. 그것이 철학이다. 철학이 없으면 외부의 요구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리저리 눈치보고 휩쓸린다. 아무리 창의성을 위해 좋다고 하는 것들 다 해도 중심이 없으면 헛일이다. 순간적인 재치와 아이디어로 큰 이익을 봤다 해도 그것이 삶의 궁극적인 성공으로 이어지진 않는다. 

자존감의 기반이 있어야 개성있고 독창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다. 평범은 자신의 삶을 부정하는 죄악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가 창의적이길 바라면서도 튀지 않고 평범하게 자라길 원하는 모순된 태도를 가지고 있다. 99프로 평범이 아닌 남다른 1프로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것에 자신감을 갖게 해주어야 한다. 작은 것이라도 소중히 키워나갈 수 있게 전적인 신뢰를 주어야 한다. 

철학에서 시작해 스타일이라는 형식으로 완성해야 한다. 철학을 가지도록 하려면 유년기를 잡다한 기술과 꼼수와 눈치로 채우지 않도록 여백을 허용해주어야 한다. 자신의 경험이 생각의 덩어리가 되고, 그것이 삶의 일관성으로 이어진다. 그 전체가 철학이 된다. 철학이 현실과 만나 스타일이라는 형식을 만든다.

예술작가나 영화감독이나 패션브랜드처럼 독창성을 요구하는 영역에서는 모두 자신의 스타일을 가진다. 그것은 일관성을 지키는 껍질을 가진다는 뜻이다. 작품의 가치는 내용과 상관없이 일관성을 담보하는 스타일의 완성도에 있다. 일관성은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성을 변주할 수 있는 중심을 가진다는 뜻이다.

철학의 씨앗으로 스타일을 완성시키면 거기서 창의적인 성취가 나온다. 양식이 없는 철학은 개똥철학이고, 철학이 없는 양식은 의미없는 장식일 뿐이다. 철학은 문제를 제기한다. 문제가 만들어지면 해결은 저절로 달려나오는 것이다. 문제를 푸는데 애쓸 것이 아니라 문제를 만드는데 힘써야 한다.

인공지능이 체스와 바둑을 이기고 스타크래프트와 같이 꽤 복잡한 게임까지 인간을 이겼다고 한다. 인공지능은 점차 사람의 일을 대체해나갈 것이다. 점점 까다로운 일을 유능하게 처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아무리 승승장구하는 듯해도 그것은 한정된 영역, 즉 주어진 문제에 대해서만 유능할 뿐이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을 대체하는 시대가 될 수록 사람은 사람의 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철학을 가지는 것이다. 자존감과 일관성을 통해 자신만의 삶의 양식을 일궈내는 것, 그것이 바로 가장 인간다운 것이며 시대가 변해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의 자리를 찾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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