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아물지 않는 강정마을 상처

원희룡 도시자 2014년 민선 6기 출범 당시 진상조사 약속
군관사 문제로 2016년 포기 선언…상황 변화 필요성 대두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지난 2018년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이 공식 잇따라 공식 사과했다. 정부와 제주도가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상처 받은 강정마을 주민과 도민에게 사과했지만 아직도 제주해군기지 진상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13년째 아물지 않은 강정마을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제주도와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요구되고 있다.

△말로만 그친 사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공권력 남용과 인권침해, 절차적 정당성 미확보 등에 대해 국가와 제주도, 도의회 등이 잇따라 사과하고 유감을 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10월 11일 강정마을 주민과의 대화에서 "정부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건설사업을 진행하면서 절차적인 정당성과 민주적인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국가 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주민들과 깊이 소통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도민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원희룡 도지사는 지난해 7월 1일 민선7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도정 책임자로서 과거 행정의 잘못으로 고통받은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며 "강정마을 주민들의 갈등을 해소하고,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석 도의회 의장도 지난 2018년 8월 2일 열린 제363회 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09년 도의회가 처리한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안' 등에 대해 도의회를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통령과 제주도지사, 제주도의회 의장 등이 정부와 제주, 도민을 대표해서 제주 해군기지와 관련한 잘못을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해군기지 유치·건설 과정에서 주민들이 어떤 피해를 입었고, 상처를 받았는지 등에 대한 진상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민, 해군 핑계로 '물거품'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2014년 해군기지 추진과정에서 발생한 각종 사안에 대해 진상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강정마을회는 2014년 11월 11일 임시총회를 열고 당시 해군이 강정마을에 계획했던 군 관사 설립을 제주도가 철회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해군기지 진상조사를 수용했다.

하지만 해군측의 반대 등으로 군 관사 설립 철회는 이뤄지지 않았고, 도는 2015년 1월 31일 행정대집을 통해 강정마을 주민 등이 군 관사 부지 앞에 설치했던 농성천막을 강제 철거했다.

원희룡 지사는 2016년 4월 21일 제339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진상규명을 하더라도 해군의 협조를 끌어낼 자신이 없다"며 "해군이 협조하지 않는데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사실상 해군기지 진상조사 포기를 공식화했다.

이어 "하자고 할 땐 하지 않고, 여건이 안 될 때 하자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더 이상 해결할 힘이 없다. 죄송하다"고 밝혔다.

원희룡 지사가 진상규명 포기 선언을 한 이후 대통령, 도지사, 도의회 의장 등의 사과가 이어지는 등 여건이 달라진 점 등을 감안하면 제주도와 정부가 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진상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윤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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