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제주도 조직슬림화 의지있나

전국 최초 관광국 4년 만에 원점으로…포스트코로나 대응 “현실성 부족”

해녀유산과도 신설 3년 만에 해양산업과 통합 정책 방향 흐지부지 우려

위기 대응·영역간 시너지 공론화 부족 반발 “미래커녕 현재도 없다”지적

 

제주특별자치도가 코로나19 위기상황 극복 등을 전제로 설계한 조직 개편 방향을 놓고 도민사회 안팎에서 나오는 것은 ‘쓴소리’다. ‘선택과 집중’에 대한 방향성은 물론이고 현실에 대한 체감이 떨어지는 ‘미래는커녕 현재도 없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 통·폐합 기준 애매모호

가장 큰 우려는 국(局)과 과(課) 조직의 대대적 통·페합 기준이다. 도는 문화체육대외협력국과 관광국은 4년 만에 '문화관광국'으로 재결합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충격이 큰 지역 상황에 있어 정책적 후퇴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직 슬림화를 통해 기능적 조율을 하겠다는 냉정한 판단이라고 보기에는 시기상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융·복합과 연계를 통해 영역간 시너지를 키우겠다는 구상이라면 공론화 등 사전 작업이 부족했다는 우려다.

특히 제주산업 구조에서 비중·영향력이 큰 관광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충격 정도가 커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예산적 부담이 큰 데다 포스트코로나에 맞춘 정책 전환이 시급한 상황에서 중심축이 약화한 데 따른 부작용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가 “민선 6기 재임 시절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 등을 걸고 전국 최초로 관광국을 설립해 놓고 제 손으로 뒤집는 것은 현재 위기에 눈을 감고 관광업을 포기하겠다는 발상”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제주도관광협회도 회원사 등의 의견을 수합해 도의 방침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힐 것으로 알려지는 논란의 불씨가 커지고 있다.

△효율적 조직 개편 설득력 부족

민선7기 후반 행정조직을 포스트코로나 등 사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 가능한 효율적인 조직으로 개편한다는 도의 설명에 대해 설득력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조직개편을 통해 해양산업과와 통합되는 해녀문화유산과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이후 특화 조직으로 출범만 시켜놓고 해녀박물관 흡수에 이어 산업 영역과 합치는 역행 사례로 꼽힌다. 내년까지인 제2차 제주해녀문화 보존 및 전승 5개년 기본계획 등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대신 1차산업 영역 중 유일하게 역할이 축소된 것은 제주도의 의지가 부족했거나 처음부터 정책 방향을 잘못 잡았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차원에서 우리나라 첫 어업 분야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관 관리 등의 영역과 해양산업 개발 영역을 조율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해녀 명예의 전당이나 지붕 없는 생태박물관 성격의 문화마을 조성 사업 관련 예산 확보 역시 후순위로 밀릴 공산이 크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과정에서 제기된 문화 정책 철학 부재 논란과 맞물려 행정 편의 중심의 선택에 제주만의 차별화한 경쟁력을 포기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성장 동력 상실 공론화 간과

단순한 통·폐합의 문제를 떠나 업무의 연속성이나 핵심 과제를 추진하기 위한 동력 상실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도는 관광국을 대신해 장기적으로 관광청 설립하겠다는 낡은 의견을 제시했다. 관광청 설립은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나왔던 화두다. 관광공사에서 2011년부터 필요성을 강조했고 지난해 출범 10주년에 맞춰 진행한 ‘중장기 경영전력 수립과 컨설팅’에서도 기존 기관과 업무 중복 등 거점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검토를 주문했지만 묵살됐다. 그 사이 강원도가 올해 출범을 목표로 한 관광청 추진 계획을 내놨고, 광역자치단체에서 공사·재단 성격 이상의 전담기구 운영에 집중하며 포스트코로나 시대 관광 시장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균형발전 차원에서 정부 주도 관광 구상에서 제주가 뒷전으로 밀리고 있는 상황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걱정도 간과하기 어렵다.

21대 국회에서 지방분권 추진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특별자치제도추진단을 행정자치국내 팀 내 운영으로 핵심 과제 추진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로 만들어진 전환기라고는 하지만 공론화는커녕 제대로 된 조직진단의 결과가 맞느냐는 점 역시 도민사회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 조직 개편 후에도 유사·중복 성격은 물론 구성원 3명 안팎의 소규모 계가 상당수 남아있는 등 ‘입맛대로’지적을 어떻게 해소할 지도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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