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휘기업 ㈜한림공원 송상섭 대표

내년 '50주년'…정체성 고수 역사성·장소성 활용 고민
송봉규 창업주 ‘조화’ ‘신뢰’ 경영철학에 새 역할 부여
‘씨앗 심고 열매 맺는’과정 중요…6차산업 신모델 계획

송봉규 창업주가 송상섭 대표와 한림공원 운영 여부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절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일에는 다 순서가 있고, 때가 있는 만큼 많이 듣고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따라야 한다”

내년이면 반세기 역사를 채우는 한림공원 송봉규 창업주(92)는 낮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조화를 강조했다.

사람·기업을 키우는 일이나 식물을 키우는 일이나 지나친 욕심을 내거나 원칙을 벗어나면 안 된다. 순리를 따라야 하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사람도 성격과 취향이 다르듯 나무 또한 성질이 제각각이다. 꽃을 피우는 시기도 다르고 열매를 맺는 방법도 다르다. 물 주는 방식도, 양도 정해진 규칙이 있다. 어긋나면 어디서건 반드시 문제가 생긴다. 이미 49년에 걸쳐 단단해진 철학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2세대에 대표 자리를 넘긴 지 이미 수십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공원 내 식물들이 뿌리 내릴 곳이 안전한지, 시설들이 제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지를 가만히 둘러본다. 땅을 일구고 씨앗을 뿌린 이의 책임이다. 그리고 세 번째 바통을 이어받은 송상섭 대표(48)의 그림자를 자처했다. 뒤를 지킬 뿐 목소리를 내거나 붙들어 흔들지 않는 거리를 유지한다. 나무, 그리고 숲에서 배운 지혜다.

송 대표는 지난 4월부터 한림공원에 출근하고 있다. 아버지, 형(송상훈 전 대표)에 이어 대표 자리를 맡았다.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세대교체와 환경 변화 대응에 적임자라는 이유로 선임됐다. 집에서는 가족이지만 공원에서는 철저하게 ‘일로 만난 사이’다. 가업을 잇기 위해 10여년 한림공원에서 일을 했다. 첫 일이 주차장 교통 정리였다. 송 대표는 “‘실무부터 배워야 한다’는 철칙이 있었다”고 말했다. 사회 생활을 시작했던 곳으로 돌아오기 까지 대학 강단에서 산학협력 관련 실무를 익히고 ㈜제주여행문화를 운영하며 제주상공회의소 청년부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송 대표는 “연봉 계약까지 했다. 기대치만큼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잘릴 수도 있다”며 “공원이라는 틀을 만들고 내부시스템을 갖추는 작업까지 큰 호흡으로 이어왔다. 트렌드 변화에 맞춰 어떻게 알리고 활용하는가가 내게 주어진 과제”라고 귀띔했다.

한림공원은 현재 부겐빌리아(사진)와 수국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누가 봐도 쉽지 않은 일이다.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상황에 50여년 켜켜이 쌓아온 것들을 살피고 정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그만큼 승부욕도 커졌다. 송 대표는 “장소성과 역사성에 있어 한림공원만의 장점은 경쟁력이다. 공과 시간을 들여 사계절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책이나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꿈’을 설명하는 장치”라며 “잘 알려진 아웃도어 관광지지만 그 것에 만족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노력과 경험을 씨앗으로 다시 꽃 피울 일을 구상 중이다. 송 대표는 “다양한 업종·업태와 접촉면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날씨나 코로나19같은 변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상황을 감안했다”며 “지금까지와는 다른 6차산업 모델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 한림공원을 더 알고, 구성원들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는 창업주의 교훈을 새긴다.

송 대표는 “요즘은 단 하루에도 세대차이를 느낀다고 하더라. 그 안에서 한림공원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기억에 남기고 다시 찾게 하는 방법은 찾는 고민이 즐겁다”며 “하고 싶은 일은 많지만 해야 할 일 먼저 할 계획이다.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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