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욱 한의사·한의학자문위원

한의학에서는 같은 증상에도 원인을 가려 치료하는데, 어혈은 만성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어혈을 얘기하면 묵은 피로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실제 피가 혈관 내 특정부위에 고여 있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생리학적으로도 맞지 않다. 

혈액은 산소와 영양분을 운반한다. 산소운반능력이 떨어지는 적혈구가 많아지거나, 당뇨와 같은 질병으로 혈액이 끈적해지면 혈행에 문제가 생긴다. 그에 따라 혈액이 닿는 세포조직의 기능과 활성도도 떨어진다. 마치 불량 연료를 넣고 오일을 오래 동안 갈지 않은 차의 상태와 비슷하다. 제대로 출력(생활 에너지)이 나오지 않고 매연(노폐물)을 뿜어대며 그에 따라 차량(신체)부속의 노화가 빨라진다. 이런 환경에서는 부품을 갈아줘도 차량이 원래의 성능을 낼 수가 없다.

직접적인 원인은 교통사고나 타박상 등의 외상과 출산과 같은 경우다. 평소와 다른 범주의 충격을 입는 경우다. 이런 경우엔 해당부위 조직의 손상과 그에 따른 염증상태가 지속되면서 일시적인 어혈이 생긴다. 빠른 시간 내에 집중적인 어혈치료를 하면 후유증이 덜해진다. 다만 2주 이상 제대로 된 치료를 못 받는 경우엔 후유증이 오래 지속되는데 이런 경우엔 병리적인 어혈로 변질되어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간접적인 원인은 오래된 극심한 스트레스, 불면 등이다. 어혈은 지속적으로 신체 세포 대사 효율을 떨어뜨려서 만성피로, 면역질환, 피부병, 관절통 등 다양한 병의 원인이 되며 암(癌)의 경우도 넓은 범주에선 어혈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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