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민 대정읍사무소 주무관

공직사회의 우리는 청렴이라는 단어 속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지난해 공직을 준비하며 처음으로 청렴이라는 단어를 접한 이후 공직생활을 하고 있는 지금까지 '청렴'은 내 주위에 만연하다. 읍사무소 입구는 물론 사무실로 향하는 계단에도, 심지어 업무를 보는 책상위에도 청렴과 관련된 무언가로 가득 차있다. 이렇듯 넘쳐나는 청렴 속에서 '나는 과연 청렴할까?'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 겨울, 전지훈련 구장을 빌리기 위해 한 호텔 직원이 찾아왔다. 그 직원의 손에는 에너지음료 상자가 들려있었는데, 그 음료는 지난 며칠간의 친절한 상담에 대한 감사의 뜻이라 했다. 한사코 감사하다는 인사말과 함께 음료를 전하는 호텔 직원을 차마 거절하지 못해 그 음료상자를 받아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때, 내 손에 들려있는 음료 상자에 대해 동료(선배) 직원이 물었다. 나는 별 생각 없이 민원인이 감사하다며 준 것이라고 대답했고, 그 대답을 들은 동료 직원은 당장 그 상자를 호텔 직원에게 가져가 돌려주었다. 그 일에 대해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묻는 동료 직원의 질문에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한 나는 "아직 잘 몰라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업무와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이 주는 물품은 당연히 받아선 안 된다. 공직을 준비하면서 작성한 수많은 모범답안에 있던 내용이었으며, 공직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수도 없이 접한 내용이었다. 

항상 보고 듣고 하는 청렴이었지만 막상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나의 업무와 청렴을 연관시켜 생각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청렴을 알고 있으나, 청렴하진 않은 공직자였다.

그날 이후, 그저 청렴함을 아는 것이 아닌 청렴함과 나의 업무를 연관시켜 생각해야 한다는 경각심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TV에서만 보는 금품·향응수수와 같이 큰 업무뿐만이 아니라, 내가 하는 모든 업무에서 청렴함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청렴만큼 청렴에 대해 고민을 가져본다면, 청렴한 공무원 나아가 청렴한 제주사회로 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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