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태 대구여성가족재단 선임연구위원·논설위원

마리아 홀츠는 "위기는 항상 성차별을 심화시킨다"고 했다. 지난 4월 알마소라는 스페인의 한 마을엔 조기가 계양되었다. 시청에서 모차르트의 레퀴엠이 울려퍼지자 지역 주민들은 창가나 발코니에서 누군가를 위한 기도와 애도를 하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동제한이 이루어지고 난 뒤 첫 번째 스페인에서 발생한 가정폭력 피해자인 그녀를 마을 사람들이 이동제한으로 집 안에서 슬픔을 함께 창가와 발코니에서 함께 나누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이동제한 조치 등 가정폭력 등의 위기에 놓인 여성들이 가해자와 함께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 많은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외출금지 등으로 가해자와 한집에 머물면서 위기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이는 아이들 역시 더 많이 폭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한 연구 자료는 홍수나 공휴일이 계속되는 시기에 가정 내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한 시기에 가정폭력이 더 많이 발생했다는 통계가 보고되기도 하였다. 

프랑스는 이동제한령 이후 가정폭력이 32% 증가하였으며, 영국과 북아일랜드는 20%가, 뉴욕의 경우 10%가 각각 증가하였다고 한다. 멕시코는 여성 살해 사건 전년 대비 65%가 증가하였으며, 아르헨티나는 가정폭력 신고가 40%, 칠레는 가정폭력 상담이 500% 증가했다고 한다. 원인으로 이동제한, 격리에 따른 음주가 늘고, 정신건강이 악화되면서 불안과 우울 등으로 가정폭력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스페인은 이러한 위기에 대하여 코마스카리아19(Mascarilla19)캠페인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마스카리아는 마스크의 스페인어로 대부분의 피해자가 마스크를 사기 위한 공식적인 활동에서 착안하였다고 한다. 마스카리아19 캠페인은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에 방문한 가정폭력 피해자가 약국에 "마스카리아19"로 말하면 여성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를 기입하면 응급센터로 신고가 되고, 경찰과 활동가의 개입이 이루어지는 구조이다. 

이 캠페인으로 스페인의 한 여성은 파트너 집에 2주간 갇혀 있다가 마스크를 사기 위해 들린 약국에서 파트너가 잠시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마스카라19"를 말하고 구조되었다고 한다. 스페인의 마스카라19 캠페인은 프랑스, 독일 등 유럽으로 확산되었으며, 남미까지 확대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영국 등은 피해자가 슈퍼마켓에서 구조를 위한 암호를 말하면 직원이 대신 가정폭력을 신고하는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북부 지역은 슈퍼마켓에 "팝업 상담소"를 열고 가정폭력 피해자의 상담과 지원을 돕고 있다고 한다. 중국 역시 코로나19 이후 가정폭력과 관련된 상담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疫期反家暴이라는 해시테크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오히려 가정폭력 신고가 1월부터 4월까지 동기간 대비 감소하였다고 한다. 가정폭력에 대한 피해자 지원과 문제 해결을 위한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대책이 제시되고 있는 시점에 우리 사회의 가정폭력에 대한 문제인식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실정이다.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기 전에 의료·정서 등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필요한 지원과 개입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사회는 가정 내 폭력으로 배우자에 대한 폭력과 자녀에 대한 폭력이 더 흉포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로 주변에 대한 거리를 두기에서 이제는 나의 주변에 이웃들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기를 희망한다. "간섭"이 아닌 "관심"으로 우리 주변에 피해자가 고립되지 않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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